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문재인 대통령은 국제법 위반 상황을 시정하는 리더십을 발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전날 광복절 경축사에서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협력의 길로 나오면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고 언급한 데 따른 답변이다.

고노 외무상은 15일(한국 시각) 세르비아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NHK는 "강제 징용 피해자와 관련한 한국의 조치를 시정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15일(한국 시각) 세르비아를 방문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NHK와 인터뷰하고 있다.

고노 외무상은 최근 한일 갈등을 촉발시킨 대한(對韓) 수출 규제의 명분으로 강제 징용 피해자 문제를 언급한 것이다.

일본 측은 ‘일본 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우리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한국이 국제 조약을 깨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이 문제가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것이다.

지난 6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역시 "한국이 일방적으로 일본과의 청구권협정을 위반하는 행위로 국제 조약을 깨고 있다"며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앞서 일본은 대한 경제 제재 조치를 밝힌 뒤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가에 대해서는 (수출) 우대 조치를 할 수 없다"고 했다. 한국 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이에 대한 청와대의 부작위(不作爲)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축사에서 ‘일본’을 12차례 언급했다. 강경 발언은 없었다. 반일(反日)·비난 메시지는 가급적 피하고 미래 지향적 협력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 분업 체계 속에서 어느 나라든 자국이 우위에 있는 부문을 무기화한다면 평화로운 자유무역 질서가 깨질 수밖에 없다"며 "일본의 부당한 수출 규제에 맞서 우리는 책임 있는 경제 강국을 향한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고 했다.

일제 징용 문제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구체적인 과거사 문제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는 과거에 머물지 않고 일본과 안보·경제 협력을 지속해왔다"며 "일본과 함께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치유하고자 했고 역사를 거울 삼아 굳건히 손잡자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고 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이 반일 메시지를 자제하고 일본과 대화 의지를 밝힌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편 고노 외무상은 수출 제재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과의 외교적 접촉에 대해선 "양국 외교 장관 회담을 비롯한 외교 당국간에 상당히 밀접하게 상호 작용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확실하게 이어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