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선 방안으로 경영계가 제시한 '퇴직금 전환제'에 대해 노동계가 거부 입장을 보이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퇴직금 전환제란 회사가 퇴직금 재원으로 적립하고 있는 임금의 8.3% 가운데 일부(3%포인트)를 연금 보험료로 활용하는 방안으로, 국민연금 개선안을 논의 중인 노사정 대화 기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연금특위에서 노사가 협상을 진행 중이다. 경영계 제안대로 할 경우 퇴직금 적립금은 8.3%에서 5.3%로 낮아지지만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2%로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15일 경사노위에 따르면 지난 9일 회의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이를 공식 제안해 논의가 시작됐지만, 16일 회의를 앞두고 한국노총이 "(수용 여부를) 검토했지만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은 당초 "퇴직금 전환제는 논의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가 "검토해 볼 수는 있다"고 선회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다시 종전 입장으로 후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퇴직금 전환제의 구체 방안을 제시해보라고 한 것은 경총에서 현행 제도 유지만을 고집하니 대안을 제시해보라는 차원이었다"며 "퇴직금과 국민연금은 성격이 다른 돈"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퇴직금 전환제가) 협상 테이블에서 완전히 빠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합의에 이르기에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국민연금 개선안과 관련해 경영계는 "보험료를 더 내기 어렵다"는 입장이고, 노동계는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보험료율을 올려서라도 소득 대체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기업들이 보험료를 추가로 부담하지 않고 소득 대체율과 보험료율을 올릴 수 있는 퇴직금 전환제가 10개월째 지지부진한 협상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였지만, 노사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퇴직금 전환제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6%였던 1993~1997년엔 퇴직금 재원의 2%포인트를, 9%로 오른 1998~1999년 3월엔 3%포인트를 연금으로 가져다 쓰면서 실제로 사용됐던 제도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퇴직금 전환제를 주장하고 있는 경사노위 공익위원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퇴직금 전환제가 아니면 경영계가 보험료율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 그나마 현실적인 국민연금 개선안이고 돌파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퇴직금 전환제는 조삼모사에 불과한 땜질식 처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금 재정이 안정되려면 보험료율이 17.2%까지 올라가야 한다. 퇴직금 전환제로 12%로 높여봐야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