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황교안, 대통령 경축사에 박수 안쳐⋯무례함과 협량함에 말문 잃어"
한국당 "대통령 말에 동의 않는 것도 국민 목소리⋯박수 셀 시간에 서민 삶 살펴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15일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을 마치고 때아닌 '박수' 공방을 벌였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경축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경축사를 할 때 박수를 치지 않았다며 민주당이 "무례하다"고 비판하고 나오면서다. 이에 한국당은 "대통령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것도 국민의 목소리"라고 맞받았다.

민주당 이혜식 대변인은 이날 광복절 경축식 후 서면 논평을 통해 "황 대표는 대통령의 경축사가 진행되는 동안 거의 박수를 치지 않았다"며 "제1야당 대표의 무례함과 협량함에 말문을 잃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 경축사는 국가 원수로서 국민의 뜻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일"이라며 "이에 의도적으로 예를 표하지 않는 것은 공당의 대표로서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고 했다.

이 대변인은 전날 황 대표가 국회에서 광복절 기념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것을 두고도 "무례하다"고 했다. 그는 "황 대표는 대통령의 경축사가 나오기도 전에 야당 대표의 메시지를 국민 앞에 먼저 고하는 비상식적이고 전례도 없는 무례한 정치적 이벤트를 가졌다"며 "야당이 냉전적 인식을 넘어 초당적으로 협력함으로써 국민의 단합된 힘을 이끌어내는 정치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황 대표는 이날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에 앞서 김원웅 광복회장이 기념사를 하다가 "문 대통령에게 격려의 박수를 부탁드린다"는 말에도 다른 정당 대표들과 달리 손뼉을 치지 않았다. 여당 국회의원 출신인 김 회장은 이날 "정부가 일본의 경제보복에 잘 대처하고 있다"며 청중들의 박수를 유도했는데, 황 대표는 서류에 시선을 고정하며 뭔가 메모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이 비판하고 나오자 한국당 이창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제 1야당 대표의 박수를 셀 시간에 서민들의 삶을 살피라"고 맞받았다. 이 대변인은 "'박수(拍手)'의 사전적 의미는 기쁨, 찬성, 환영을 나타내거나 장단을 맞추려고 두 손뼉을 마주 치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비현실적 평화경제 구상에 동의하고 기뻐하며 찬성했어야 하는 것인가"라고 했다. 이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경축사에 대해 '허무맹랑 담화문' '굴욕적 선언문'이라며 "그런 '몽상적 경축사'를 들으며 제 1야당 대표가 꼭 박수를 쳤어야 하는가"라고 했다.

이 대변인은 그러면서 "북한의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연설하면 대의원들이 일어나 기립하며 박수하고 환호한다. (여당은) 혹시 그 광경을 꿈꾸시는 것인가"라고 했다. 이어 "건성건성 박수치거나 삐딱하게 앉으면 '불손하다'며 처형하는 북한의 공포정치가 오버랩된다"고 했다. 이어 "제 1야당의 역할은 정부여당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것이다. 정부를 비판하고, 대통령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것도 국민의 소리"라며 "민주당은 남 허물 찾기 전에 자기 반성을 먼저하라"고 했다.

15일 오전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참석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