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15일 레이와(令和) 시대 첫 종전일(패전일) 기념행사가 열린 가운데, 나루히토 일왕이 "깊은 반성"을 언급했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도쿄도 지요다구에 있는 ‘닛폰부도칸(日本武道館)’에서 종전 74주년 기념행사인 전국 전몰자 추도식을 열었다. 나루히토 일왕은 마사코 왕비와 함께 행사에 참석했다.

정오에 맞춰 1분 간 묵념이 진행됐다. 이후 기념사에 나선 나루히토 일왕은 "과거를 돌아보며 깊은 반성 속에서 또다시 전쟁의 참화가 반복되지 않기를 기원한다"며 "전쟁 가운데 쓰러진 분들에게 온국민과 함께 추도의 뜻을 전하며 세계 평화 우리나라(일본)의 발전을 바란다"고 말했다.

나루히토 일왕이 15일 마사코 왕비와 함께 도쿄도 지요다구에 있는 ‘닛폰부도칸(日本武道館)’에서 열린 종전 74주년 기념행사인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나루히토 일왕이 ‘깊은 반성’이란 표현을 쓴 것은 지난 4월 퇴진한 아키히토 전 일왕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키히토 상왕은 2015년 추도식 때부터 종전 추도식에서 ‘깊은 반성’이란 표현을 사용해 왔다. 이는 상왕의 ‘평화주의’ 견해를 계승한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반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기념사에서 반성이나 책임의 뜻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2013년 총리직에 오른 이후 한 번도 이런 표현을 쓰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전쟁의 참화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레이와 시대에도 절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이날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靖國)에 또다시 공물을 보냈다. 야스쿠니 신사는 근대 제국주의 일본의 상징으로,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246만6000여명이 합사돼 있다. 이날 오전 일본 초당파 의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에 소속된 50여명은 신사를 방문해 집단 참배했다.

다만 아베 총리는 이날 신사 참배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2013년 12월 야스쿠니 신사에 직접 방문해 참배했지만, 이후 쏟아진 비판을 의식한 듯 직접 참배는 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