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 당국이 광복절 직후 차관급 회담을 갖기로 하고 의제 등을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양국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제외 조치 등으로 연일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차관급 대화를 통해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보겠다는 취지다.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이날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16~17일쯤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만나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와 일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 등 한·일 양국 갈등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장소는 미국 괌 등 제3국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조 차관은 지난 6월 비공개로 일본을 방문해 한·일 양국 기업의 출연금으로 재원을 조성해 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1+1'안(案)을 제안했지만, 일본이 즉각 거부했다. 이번 회담에선 또 다른 징용 배상 대안, 한·일 양국의 수출 규제 조치 문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측은 3~5개월 뒤 현실화할 수 있는 징용 관련 한국 내 일본 기업 압류 자산의 현금화 조치 중단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외교 소식통은 "양국 입장 차가 여전히 커 차관 회담은 대화 분위기를 잇는다는 의미 정도로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일본과의) 외교적 해결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외교 채널은 열어두면서 일본 측 수출 규제 조치의 부당성을 알리는 '국제 여론전'은 병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이번 차관급 회담과는 별도로 조만간 미국과 캐나다, 유럽 등에 김현종 청와대 안보실 2차장, 이태호 외교부 2차관 등을 보내 일본 수출 규제 문제점을 알릴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오는 24~26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G7(주요 7국) 정상회의에서 한·일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있어 미리 국제 여론을 환기하려는 차원이다. 일본은 G7 회원국이지만 한국은 아니기 때문에, 일본이 G7 국가를 상대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외교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2일 오후(현지시간)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외교장관 회담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기념촬영 후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