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장관급 고위 관계자는 최근 극도로 경색된 한·일 관계 해법과 관련, "다음 달 (일본) 내각이 개편된 후에야 양국이 대화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민당에서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으며 한·일 관계에 밝은 이 관계자는 지난주 자신의 지지자를 만나 "지금은 정부의 누구도 양국 관계에 대해 말 못하는 상태다. 당분간 한국 측 인사가 일본의 누구를 만나도 소용이 없다"며 이같이 말한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6일 "한국이 일·한 청구권 협정 위반 행위를 일방적으로 하면서 국제조약을 깨고 있다"고 말한 것을 비롯,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을 의식해 이같이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참의원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이르면 다음 달 초순에 내각 및 자민당 개편을 단행할 방침이다. 지난해 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한·일 관계가 악화할 때 전면에 나섰던 고노 다로 외무상, 이와야 다케시 방위상 등이 교체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달 하순 파리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28일부터 요코하마에서 개최하는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를 준비해야 하기에 일정 면에서도 한·일 관계에 신경 쓸 여유가 많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관계자는 한·일 정부 간 대화를 다음 달 내각 개편 이후로 미루는 배경으로 "한국에 대한 일본 여론도 비등(沸騰)해 있는 상황이다. 그런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또 "8월은 서로 '쿨 다운'하는 것이 좋다. 현재로는 이런 상태가 오래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한국에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진행되면서 일본의 여론도 영향받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양국 정권 차원에서 대화 채널이 모두 막혀 있는 것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역대 한국 대통령 중에서 (일본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가 제일 좋지 않은 상태다. 과거에는 한국 정권의 주요 인사들과 술도 함께하면서 논의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런 게 없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 일본에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