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끊임없이 한·미 동맹의 가치를 공격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가까워지면서 그 빈도가 늘고 강도는 높아지고 있다. 동맹의 한쪽 파트너 국가 최고지도자가 앞장서서 상대 파트너 국가를 공격하고 비아냥거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이 한·미 동맹의 리스크로 부상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 시각) 재선 캠페인 모금행사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올리는 게 월세 받는 것보다 쉽다"고 조롱성 발언을 하면서 북한 김정은에 대해선 "나를 볼 때 그저 웃는다"고 말했다. 자유·민주주의를 공유하는 한국은 수금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면서, 김정은은 애정의 대상으로 표현한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란 동맹의 가치는 내팽개치고 오로지 돈과 정치적 이익에만 우선순위를 두면서 한·미 동맹이 위태로운 지경으로 몰리고 있다.

한·미 연합 지휘소 훈련이 진행되는 가운데 12일 동두천 미군 부대에 장갑차와 트럭들이 서 있다. 이번 한·미 훈련은 병력·장비를 기동하지 않고 컴퓨터 시뮬레이션 지휘소 연습(CPX)으로 진행하는 이른바 ‘워게임’ 형태로 이뤄진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주 햄프턴에서 열린 모금 행사에서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임대료를 받으러 다닌 일화를 언급하며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임대 아파트에서 114달러13센트를 받는 것보다 한국으로부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10억달러를 받는 것이 더 쉬웠다"며 "그 13센트는 아주 중요했다"고 말했다. 동전 하나까지 받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면서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언급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훌륭한 TV를 생산하고, 번창하는 경제를 가지고 있다"며 "그런데 왜 우리가 그들의 방위비를 지불해야 하느냐. 그들이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말투 억양을 따라 하며 얼마나 힘든 협상을 했는지 설명하기도 했다고 뉴욕포스트는 전했다.

그는 또 김정은에 대해선 "이번 주 아름다운 편지를 받았다. 우리는 친구"라며 "사람들은 그(김정은)가 나를 볼 때만 그저 웃는다고 말한다"고 했다. 한국 대통령은 억양을 따라 하면서 조롱했지만, 김정은은 자신을 볼 때마다 웃어주는 존재로 묘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최근 다섯 차례 미사일 도발에도 한국 때리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그는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인 지난달 26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미국에 대한 경고가 아니어서 전혀 염려하지 않는다"고 했고, 지난 9일엔 "한·미 연합훈련을 한 번도 좋아한 적이 없다. 한국으로부터 (훈련 비용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트럼프의 태도가 바뀔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점이다. 한·미 동맹에 대한 발언이 취임 전부터 대통령 3년 차가 된 지금까지 거의 변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1년 발간한 '터프해져야 할 시점'이란 책과 대선 출마 직전 펴낸 '불구가 된 미국'이라는 책에서 "미군은 한국을 지켜주는데 우리는 그 대가로 한국에서 무엇을 받는가"라고 했다.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은 지난해 발간한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란 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7월 국방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35억달러나 들여 (미군을) 한국에 주둔시키는 이유를 모르겠다. 모두 집으로 데려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지난해 1월엔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다가 "당신(한국)들은 돈을 뜯어가기만 한다"고 말했다고 썼다.

트럼프의 이 같은 인식에 대해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주한미군은 용병이 아니라 자유와 인권 등의 가치를 한국과 공유하기 때문에 주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10일 "한·미 동맹에 트럼프가 관심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