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과 관련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성찰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6일(현지 시각) 미국에서 제기됐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날 매슈 굿맨 선임 부회장이 펴낸 한·일 갈등 관련 보고서에서 "일본은 한국의 대응이 감정적이라고 느낄 수 있다"면서도 "초기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결정이 일본 참의원 선거 직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치적이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베 행정부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성찰해보고 (이런 조치들이) 일본의 이익을 증진시킬 것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한·일 무역 분쟁은 한국의 반도체와 일본의 소비재 상품 등 양국의 핵심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고 국제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일본은 이웃 나라에 대한 공격으로 '경제적 리더' 이미지를 더럽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일은 중국의 역내 강압 및 국제적 규범 침해 행위에 맞서 협력하는 데 있어 공동의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며 한·일 갈등이 안보 협력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보고서는 한국에 대해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돈키호테식(quixotic)으로 일본과 경쟁하기 위해 남북 간 평화경제를 주장한 것은 일본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일본 상품 소비자 불매운동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감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도 이날 '일본이 준비되지 않은 싸움을 시작했다'는 일본 경제 전문가 윌리엄 스포사토의 칼럼에서 "불안정한 세계 경제 성장에 또 다른 도전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FP는 "이런(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발표를 할 때는 최소한 (제재) 증거와 언론 및 외교 관계자 대상 백그라운드 브리핑,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어떻게 하겠다는 일관된 노선이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일본 관리들의 일관되지 않은 성명과 모호한 빈정거림(vague innuendo)"이라고 했다.

FP는 또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단행하면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상당한 수준의 반격에 대비했어야 했지만,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 의류 기업 유니클로의 한국 매출 하락과 한국인의 일본 관광이 줄어든 점, 삼성 등 한국 대기업이 거래처를 다른 나라로 바꾸는 일 등을 거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