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여성 작가로는 처음 노벨 문학상을 받은 미국 소설가 토니 모리슨(88)이 지난 6일(현지 시각) 뉴욕에서 폐렴 합병증으로 타계했다. 유족은 성명을 통해 "모리슨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2012년 5월 29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자유의 메달'을 받은 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는 토니 모리슨.

모리슨은 미국 흑인의 삶과 역사를 여성의 시각으로 형상화한 소설을 잇달아 발표해 1970~80년대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 등을 받았고, 대중적 인기도 누렸다. 1993년 스웨덴 한림원은 "예언력과 시적(詩的) 암시를 통해 미국 현실의 본질적 양상을 생생하게 보여줬다"며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뉴욕타임스는 부음을 전하면서 "눈부시면서 주술적인 그녀의 문체는 흑인의 구비문학 전통을 환기시켰다"고 평했다.

모리슨의 대표작으론 장편 '빌러비드(Beloved:사랑받는 사람)'가 꼽힌다. '사랑하지 아니한 자를 사랑한 자라 부르리라'는 성경 구절에서 제목을 따온 소설은 1856년 미국에서 일어난 여성 흑인 노예의 친자 살인사건에서 착상을 얻었다. 소설은 그 사건의 뒷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스토리는 전적으로 작가의 허구다. 노예제가 폐지된 뒤 1870년대 초 미국 오하이오주의 블루스톤 스트리트 124번지에 사는 흑인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124번지는 한이 서린 곳이었다. 갓난아기의 독기가 집안 가득했다'며 시작하는 소설은 노예 시절에 갓난 딸을 살해한 그 여성의 가족이 아이의 유령에 시달린다는 초현실적 상황을 전개한다. 과거의 고통을 망각하기 어려운 흑인들의 삶을 서정적 언어로 다루면서 '이제 무엇이 됐든 내일이 필요해'라는 마무리를 통해 흑인들이 과거를 떨치고 자기애(自己愛)를 찾아야 한다는 바람을 담았다. 작가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기억은 결코 우리를 떠나지 않는 법이다. 그것과 정면으로 부딪쳐 돌파해나가기 전까지는"이라고 했다.

모리슨은 이 밖에 소설 '솔로몬의 노래' '술라' '재즈'등 11권의 소설을 냈다. 캐나다 여성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는 "모리슨의 소설 '빌러비드'는 아직도 계속되는 노예제의 참상을 가슴 아프게 증언하기 때문에 우리 모두 읽어야 할 책"이라며 "미국과 다른 지역에서 소수 집단이 새롭게 표적이 되는 이 시대에 그녀의 강력한 목소리가 그리워지리라는 것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비극"이라고 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