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나이 먹을수록 공부와 친구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고들 한다. 당연한 일이겠다. 권력과 재산은 언제든지 잃을 수 있고, 부모님의 사랑과 보호는 현실적으로 영원할 수 없지만, 능력과 지식, 그리고 좋은 친구는 대부분 불행과 좌절로 가득한 인생에서 위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호모 사피엔스 같은 사회적 동물에게 친구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과연 우리는 친구가 몇 명 필요한 걸까? 영장류 대부분은 구성원들의 뇌가 크면 클수록 무리 크기 역시 커진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옥스퍼드 대학교 로빈 던바 교수는 영장류 중 가장 뇌가 큰 호모 사피엔스는 '친구'를 150명 정도 가질 수 있지만, 불행하게도 그중 언제나 내 편을 들어줄 '절친'은 5명을 넘지 못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인류는 이제 200곳에 가까운 국가들에 속해 살고 있다. 그렇다면 개인적 성공을 위해 구성원 간 관계를 이해해야 하듯 국가적 생존을 위해선 200개 나라 사이의 관계 역시 고려하고 예측해야 할 수도 있다. 더구나 국가 관계에서는 '절친'도 '형제 나라'도 '영원한 우방'이라는 단어도 무의미하다. 반대로 영원한 적도, 영원한 원수 관계도 있을 수 없다. 국가 관계에서 변치 않는 유일한 규칙은 언제나 실질적 국익을 위한 냉철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지금 대한민국의 친구는 과연 몇일까? 일본에 우리는 이제 경제적 적이고, 중국에는 미래 중화 패권에 속할 속국이겠다.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에 한국은 이미 정치적으로 무의미하고, 트럼프 정권은 우리를 글로벌 체스 게임에서 언제든지 포기할 수 있는 전략적 '졸'로 보는 듯하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는 확실하다. 다시 죽도록 일하고 공부해 우리의 능력과 지식을 키우고, 수단과 방법을 모두 동원해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은 전략적 친구 국가를 가진 나라가 되어야만 대한민국은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