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지난 2일 일본 화이트리스트 관련 긴급 국무회의 소집 후 사흘 만의 공식 회의 발언이다

5일 주가(코스피·코스닥)와 원화 가치가 모두 급락하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쳤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불안해할 필요 없다" "충분히 상황을 살피고 있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금융시장에서 생기는 (국민의) 불안감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금융시장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보고 있고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지수는 이날 6% 가까이 내려가 3년 2개월 만에 사이드카(주가가 급등락할 경우 프로그램 거래를 5분간 정지시키는 것)가 발동될 정도로 급락세였지만, 낙관적 판단만 내놓은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최근 커지고 있는 '경제 위기설'은 일본이 의도한 것이고, 이를 언론이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한·일 대치로 다가올 경제적 파장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정부가 언론과 외부 탓을 하면서 지나친 '낙관론'에 빠져 있다고 우려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기에 불안하다고 하는가"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전 10시 45분 열린 브리핑에서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거기에 대한 (청와대) 입장이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구체적으로 어떻기에 극도로 불안하다는 단어를 쓰는가"라고 되물었다.

이 관계자는 '코스닥지수도 하락하고 채권 가격도 급등하고 있지 않으냐'는 추가 질문이 이어지자 금융 상황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 대신 "금융위원회에서 관련된 내용을 받아봤는지 먼저 묻고 싶다"고 했다. 이날 금융위가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연 자리에서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대한 외부 평가는 큰 변화가 없다"고 평가한 것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날 청와대와 정부 공언과 달리 원화 가치와 주가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빠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중의 위기 심리가 커지면서 금융시장이 더 악화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긍정적인 메시지를 낼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청와대는 일본 경제 보복으로 한국 증시가 흔들리는 만큼 일본 증시도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도 '문제가 없다'고만 하는 것은 '정부가 현 상황을 오판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펠리컨 경제' '소부장 프로젝트' 말잔치

이날 주요 부처 장관들도 대일(對日) 대책과 강경 발언을 잇따라 내놨지만 '말잔치 속에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왔다. 성윤모 산업통상부 장관은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가마우지 경제(우리 수출이 증가하면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이 동시에 증가하는 현상)에서 펠리컨 경제로 바꾸겠다"고 했다. 성 장관은 "가마우지는 물고기를 잡아도 삼키지를 못하고 토해내는 반면 펠리컨은 자기 입 안에서 새끼를 키운다"고 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100+100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며 "최선의 해결책은 일본에 의존하던 소재·부품·장비 핵심 품목의 독립"이라고 했다.

한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기업과 상시적으로 소통 채널을 열고 협의해왔다"며 "조만간 5대 그룹 기업인들을 또 만날 것"이라고도 했다. 김 실장은 오는 8일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그룹의 고위 관계자들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로) 1200개(품목)의 '수도꼭지'가 다 한꺼번에 잠길 수 있다는 건 명백한 오보"라며 "(언론이) 너무 과장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일본 조치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총품목 숫자가 1200개라는 것이지 이 모든 제품에 대해 일본이 수출을 제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정말로 지금은 불확실한 상황"이라면서도 "마치 'IMF(구제금융)' 식의 금융 위기가 온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는 정말로 '가짜 뉴스'"라고 했다. "가짜 뉴스에 가까운 오보가 쏟아지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기업의 불안감이 높아질 때 웃는 것은 아베 정부일 것"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