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거리 핵전력(INF) 조약 탈퇴 직후 미 국방장관이 "신형 중거리 미사일을 아시아 동맹국에 배치하고 싶다"고 말했다. 구체적 국가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뉴욕타임스는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 또는 일본에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소는 1987년 INF 조약에서 사거리 500~5500㎞ 미사일을 없애기로 하고 1991년까지 2692기를 폐기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INF 적용을 받지 않는 중국이 마음껏 중거리 미사일 능력을 키웠고 러시아도 INF를 위반했다'며 2일 조약에서 공식 탈퇴했다.

지난 30년간 중국은 빠르게 중거리 핵전력을 확장했다. '미 항모 킬러'로 불리는 둥펑-21(사거리 1500㎞)을 실전 배치했고 괌 타격이 가능한 둥펑-26(사거리 4000㎞) 개발에도 성공했다. 중거리 미사일만 2000여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 굴기' 견제가 급하다. 미국은 이달 중 사거리 1000㎞ 신형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계획이다. 미·중 패권 전쟁이 경제에 이어 군사·안보 분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미국의 중거리 전력이 '아시아 동맹국'에 배치되면 북핵 억지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중·러의 극심한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중국은 북핵 방어 무기인 사드 도입에 대해서도 집요한 경제 보복을 했었다. 사드 때보다 국내 여론이 더 쪼개질 수도 있다.

지금 중·러 군용기는 우리 하늘을 제집처럼 맘대로 휘젓고 다니고 북은 핵 탑재가 가능한 신형 탄도미사일 시험을 거듭하고 있다. 방패였던 한·미·일 안보 협력은 허물어지기 일보 직전이다. 여기에 미국의 새 중거리 미사일 배치는 우리 안보에 새로운 변수다. 슬기롭게 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