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린이 여러분~ 반가워요. 뚝딱이 아빠예요!"

핫도그 달린 모자, 형광 주황색 뿔테를 쓴 익숙한 얼굴이 유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장수 유아 프로그램 '딩동댕 유치원'에 이어 '모여라 딩동댕'에서 총 25년 동안 '뚝딱이 아빠'로 활약 중인 김종석 서정대 유아교육과 교수다. 유아 프로그램 경력은 27년이나 된다. "나이요? 하하! 비밀입니다. 아이들의 영원한 '아빠'로 남고 싶어서요. '뚝딱이 할아버지'가 되면 안 되잖아요!"

'방귀대장 뿡뿡이' '뽀로로' '번개맨'의 족보를 따라 오르면 커다란 귀에 도깨비 방망이를 든 원조 '뚝딱이'가 있다. '꼬꼬마'들의 영웅인 김 교수는 사실 15년 차 교육학 교수다. 지난해 어린이 교통안전 홍보대사 등을 도맡은 그는 최근 경기도의회 홍보대사도 됐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만난 김 교수는 "요즘 대학에서 가르치는 학생 대다수가 사실 '뚝딱이'랑 비슷한 나이"라며 웃었다.

김종석(왼쪽) 교수가 지난 30일 자신이 운영하는 경기 팔당댐 인근 카페에서 ‘뚝딱이 아빠’와 ‘뚝딱이’를 본뜬 모형 옆에 앉아 있다. 그는 “유재석씨를 몰라보는 아이들도 저는 꼭 알아본다”며 웃었다.

1983년 MBC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 그해 '뽀뽀뽀' 사회자로 시작해 1990년 '딩동댕 유치원'으로 유아 프로그램과 연을 맺었다. 그는 "내용 제약은 심한데 시청률도 낮고, 집중도도 떨어져 당시 다들 유아 프로그램을 기피했다"고 했다. 출연을 결심한 건 개그 프로그램보다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 "사실 전 이주일·이경규 아저씨만큼 웃기진 않았죠. 근데 유아 프로그램에선 어른, 아이 모두 절 칭찬해 주시더라고요."

뚝딱이 캐릭터도 김 교수 손에서 탄생했다. 그는 "아이들 모자와 신발에 그려진 미키마우스를 보며 우리나라 고유의 아동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제작진을 불러 밤새 회의를 했다. 모든 소원 들어주는 마법 같은 친구, '금 나와라 은 나와라 뚝딱!' '좋은 아빠 엄마 나와라 뚝딱!'에서 착안한 1994년생 영원한 일곱 살 뚝딱이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가 교육학 공부를 시작한 건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유아 프로그램을 하며 9년 동안 공부해 성균관대 아동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 교수는 "세상엔 가정 폭력이나 무관심에 방치된 아이들이 많았다. 어른으로서 힘든 환경에 놓인 아이들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었다"고 했다. 교육자로서 어려움을 묻자 그는 "수십년 아이들과 함께하며 얻은 지혜, 이론으로 배운 지식을 동시에 전달하는 것"이라고 했다. "방학이라 어린이집 실습에 자주 지각하거나 결석하는 제자들이 있어요. 가정환경 따라 선생님 보는 게 낙인 친구도 있는데,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이해시키지요."

지금도 뚝딱이 아빠로 살고 있는 김 교수는 "유아 프로그램은 건강하고 유익한 내용에 집중해 만들어져야 하는데 시청률 때문에 없어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상처받은 아이들을 보듬고 동심을 지켜주려 한다는 점에서 뚝딱이 아빠와 교수 활동 모두 제겐 특별한 의미죠. 제가 가르친 아이들이 세상에 나가 또 다른 뚝딱이 아빠가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