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5일 오전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 일대에서 신형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첫 번째 미사일은 430㎞를 비행해 지난 5월과 같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추정됐다. 하지만 두 번째 미사일은 훨씬 더 긴 690여㎞를 날아가 새로운 형태의 미사일로 분석됐다. 더구나 우리 군은 두 번째 미사일을 430여㎞까지 추적하다 놓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북한이 탐지·요격 회피 능력이 종전보다 대폭 향상된 미사일 개발에 성공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5월 9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77일 만이다. 러시아와 중국의 독도 도발과 일본의 영유권 주장에 이어 북한까지 미사일을 발사함에 따라 동해가 동북아 각축장이 됐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신형 미사일은 통상적인 탄도미사일보다 훨씬 낮은 고도로 690㎞를 날아갈 수 있는 능력을 보였다. 한·미 미사일 방어망을 피해 제주도를 포함한 남한 전역과 사세보 기지 등 일부 주일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됐다는 평가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북한이 오늘 오전 5시 34분과 5시 57분쯤 발사한 미상(未詳)의 발사체 2발은 모두 단거리 미사일로 평가한다"며 "2발 모두 고도 50여㎞로 날아가 동해상으로 낙하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우리 군은 당초 두 번째 미사일의 비행 거리를 430여㎞로 파악했다. 그러나 미군 측이 다양한 탐지 자산을 통해 분석한 결과 690여㎞를 비행한 것으로 나타나 정정했다.

북한은 지난 23일 신형 3000t급 SLBM 잠수함을 공개한 데 이어 이날 신형 미사일 발사로 도발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전격적으로 만나 3주 내에 비핵화 실무협상을 하기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북한은 실무협상을 계속 미뤄오다 25일 만에 미사일 도발로 미국과 한국에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북한은 한·미 연합 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식량 지원 수령을 거부했고, 내달 초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담에도 리용호 외무상을 파견하지 않기로 했다.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효과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북 발사체가 새 종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것으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올 들어 북 탄도미사일이라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탄도미사일은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이지만, 청와대는 "(추가 제재 여부는) 예단하지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