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주인은 학생입니다. 조희연 교육감은 학생들의 의견도 묻지 않고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을 내렸습니다"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 청문을 하루 앞두고 자사고 학생과 학부모들이 자사고 존치를 요구하기 위한 도심집회를 열었다.

서울 지역 21개 자사고 학부모들이 모여 만든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자학연)는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제1회 서울 자사고 가족문화 대축제’를 개최했다. 학생과 학부모 등 5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우비를 입고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참가자들은 "학교는 우리꺼" "자사고 지켜줘" 등 플래카드를 들고 자사고 폐지 반대 구호를 외쳤다.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서울시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학부모 연합회 주최의 ‘청소년 가족문화 축제 한마당’에서 참석자들이 자사고 폐지 정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날 전수아 자학연 회장은 "우리는 내실 있는 교육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이기적인 집단, 입시 서열화를 부추기는 집단으로 매도되고 있다"면서 "국민의 돌을 맞아야 할 대상은 우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조희연 교육감은 평등으로 포장한 ‘자사고 폐지’ 공약을 내세워 100년이 넘는 전통의 사학들에게 ‘자사고 지정 취소’를 통보했다"면서 "경제적 논리로 국민을 선동하고,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사고를 희생양으로 삼는 이 상황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 회장은 또 지난 17일 조희연 교육감이 "재벌의 자녀와 택시운전사의 자녀, 공부 잘하는 학생과 공부 못하는 학생이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라고 발언한 사실도 언급했다. 그는 "자사고의 교실에는 이미 이들이 함께 섞여 있다"면서 "교육감께서 물질과 성적으로 인간을 어떻게 서열화하고 있는지 보여 주고 있어 굉장히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서울시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학부모 연합회 주최의 ‘청소년 가족문화 축제 한마당’에서 참석자들이 자사고 폐지 정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날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에 따라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된 경희·배재·세화·숭문·신일·중앙·이대부고·한대부고 등 8개 자사고 소속 학생 대표들은 차례로 무대에 올라 자사고 존치를 요구했다.

박준혁 서울 세화고 학생회장은 "자사고 지정취소에 반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교육은 실험 대상이 아니고, 교육감에 따라 교육제도가 바뀐다면 교육의 안정성이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의 주인은 학생인데, 이번 자사고 지정취소는 자사고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교육감이 내린 결정"이라며 "지정취소가 취소되고, 세화고도 다시 자사고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소은서 한대부고 학생회장은 "자사고 폐지로 더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 참담하다"며 "자사고 소속 학생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배제한 부당한 처사이며, 자사고 폐지만으로는 교육적 평등을 끌어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각 학교 교장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고진영 배재고 교장은 "교육감이 자사고가 시대적 소명이 끝났다고 말했는데, 과연 시대적 소명이 끝난 것이 자사고인지, 교육청인지 묻고 싶다"며 "우리 자사고는 교육청과 교육부의 정치적 판단으로 지정이 취소될 수 없으며, 지정취소 결정을 조속히 바로 잡아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서울 지역 8개 자율형사립고에 대한 교육청의 청문을 하루 앞둔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서울 자사고 학부모 연합회 집회에 참석한 자사고 학생, 학부모 등 관계자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자학연은 자사고 관련 청문이 진행되는 22~24일에도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자사고 재지정 취소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오는 22일 경희고·배재고·세화고를 시작으로 23일에는 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 24일에는 중앙고·한대부고의 청문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