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상어~뚜루루뚜루~"

우리에게 익숙한 동요 ‘아기 상어’가 미국에서는 노숙자들을 내쫓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주(州) 웨스트팜비치에 있는 전시장 레이크 파빌리온 주변에서는 밤 10시가 되면 ‘아기 상어(Baby Shark)’ 노래가 흘러 나온다. 노숙자들을 공원에서 쫓아내기 위해서다. 밤 10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 1분 45초짜리 노래가 무한 반복된다.

케이트 제임스 웨스트팜비치 시장은 BBC와 인터뷰에서 "도시의 큰 행사가 열리는 수변공간에서 노숙자들을 몰아내기 위한 임시 조치"라고 말했다.

아기 상어 노래 이미지.

레이크 파빌리온은 웨스트팜비치시가 소유한 임대행사시설로 ‘핫플레이스’다. 지난해 이 곳에서 치러진 행사만 164건에 달한다. 시가 벌어들이는 수익만 연간 24만달러(약 2억8100만원)다. 그러나 최근 주변에 노숙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시에 민원이 빗발쳤다.

시가 고안한 방법은 공원에 밤새 노래를 틀어 노숙자들이 잠들 수 없게 하는 것이었다. 이 노래는 단순 반복되는 후렴구로 유튜브에서만 30억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즉 노숙자들에게 ‘불면증’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제임스 시장은 "아기 상어 노래를 계속 반복해 듣는다면 꽤 짜증스러울 것"이라며 "현재까지는 우리가 예상한 대로 공원에서 자는 노숙자들이 줄어 들었다"고 말했다. 웨스트팜비치시에서 공원 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 리아 록웰은 "파빌리온에서의 행사 진행을 위한 효과적인 임시 조치였다"고 했다.

밤새 노래를 틀어 노숙자를 내쫓는 대책은 이미 3년 전에도 시행됐다. 당시에는 클래식 음악을 사용했다. 그러나 노숙자들이 클래식을 즐기는 바람에 효과가 없었다.

이 같은 조치를 두고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노숙자와 빈민을 위한 전미(全美) 법센터(NLCHP)의 마리아 포스카리니스 대표는 "요란한 음악으로 노숙자들을 쫓아내는 것은 비인간적이고 충격적"이라며 "순수한 노래를 잔인하고 비열한 방법으로 사용한다"고 했다.

또 다른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노숙자에 대한 연민 대신 이러한 차별과 혐오로 대응하는 것은 정말 부도덕하고 충격적인 일"이라며 "우리는 모두 사람이고, 잠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제임스 시장은 "많은 사용료를 낸 만큼 사람들은 좋은 시설을 즐길 권리가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