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발음하기도 어려운 낯선 작가의 이름들이 눈에 띈다. 우리에게 익숙한 영미권이나 유럽 문학이 아닌 제3세계 문학이 연이어 한국에 상륙했다.

소설가 배수아는 브라질 작가 클라리시 리스펙토르(1920~1977)를 소개했다. 직접 번역한 소설집 '달걀과 닭'(봄날의 책)은 짧은 이야기들의 모음으로 특별한 줄거리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이어진다. 이혼을 겪고 생활고와 만성 불안에 시달리던 리스펙토르는 '남미의 버지니아 울프'라 불리며 천재성을 인정받았다. 봄날의책 박지홍 대표는 "아무래도 정보가 많은 영미권이나 유럽에서 큰 상을 받은 작품 위주로 들여오는 것이 안전하다"면서도 "소규모 출판사는 최소한의 목표치만 달성하면 되기 때문에 다양한 언어권의 문학에도 도전해볼 만하다"고 했다.

"라틴아메리카의 문학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고 평가받는 쿠바 작가 알레호 카르펜티에르(1904~1980)의 대표작 '이 세상의 왕국'(문학동네)도 국내에 처음 번역됐다. 프랑스의 지배를 받다 혁명으로 독립을 쟁취한 아이티섬의 역사를 다룬 작품. 노벨문학상을 받은 남미의 대표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마리오 바르가스요사도 이 작품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나이지리아 소설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41)의 책도 세 권이 동시에 나왔다. 가부장적인 아버지를 벗어나 새로운 삶을 찾으려는 나이지리아 상류층 소녀를 그린 데뷔작 '보라색 히비스커스'(민음사)는 이번에 처음 번역됐다. 나이지리아 출신 청년들의 미국 적응기를 그린 '아메리카나' 1·2권도 표지를 새로 입혀 재출간됐다. 허주미 민음사 차장은 "아프리카 문학의 계보를 이을 작가로 찬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적극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세 권을 묶어 냈다"면서 "해외 문학 시장이 일본과 영미권에 쏠려 있지만 다양한 작품을 읽고 싶어하는 독자 수요도 분명히 늘고 있다"고 했다.

변방의 문학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은 2016년 한국 작가 한강에 이어 2017년 이스라엘, 2018년엔 폴란드에 돌아갔다. 올해는 아랍어권 최초로 오만의 여성 작가 조카 알하르티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알하르티는 수상 후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문학에 끌리는 이유는 우리에게 익숙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속에 보편적인 가치가 들어 있기 때문"이라며 "지역성이 강한 작품이라도 그 안에서 보편적인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