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웅걸(53·사법연수원 21기·사진) 전주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윤 지검장은 윤석열(53·23기) 신임 검찰총장의 사법연수원 2년 선배다.

윤 지검장은 17일 검찰 내부망에 ‘검찰을 떠나며’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검사의 인생은 끊임없는 판단과 결정, 번민의 연속이었다"면서 "검사를 끝내는 이 시점에 서서 그간 내린 모든 결정이 정의로웠는지, 권력이 있는 자와 없는 자에게 모두 공정했는지, 인간에 대한 애정 없이 가혹한 적은 없었는지 되돌아본다"고 했다.

검찰권 행사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그는 "검찰은 사람을 죽이는 칼이 아닌 사람을 살리는 칼이 돼야 하고, 갈등의 심화가 아닌 치유의 결과로 국가와 사회를 살리는 칼이 돼야 한다"면서 "환부만 정확하게 도려내는 명의(名醫)처럼, 검찰권은 문제가 있는 부분만 정밀하게 도려내는 방식으로 사회 병리현상을 치료하는데 행사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 선배들이 오랜 경험을 통해 남겨주신 ‘외과 수술식 수사’, ‘칼은 찌르되 비틀지 말라’는 등의 말씀을 우리 모두 깊이 새기면 좋겠다"며 "절차와 결과에 있어 검찰권이 잔혹하게 행사됐다는 평가를 받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또 "절제된 검찰권의 행사로 검찰에 다녀간 사람들이 ‘받을 만큼의 처벌을 받았다’고 느끼게 하고 검사의 공명심을 세우기 위해 검찰에 대한 증오심을 갖게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윤 지검장은 북송시대의 문인 소동파(蘇東坡)의 "인자함은 지나쳐도 군자로서 문제 없지만 정의로움이 지나치면 잔인한 사람이 된다"는 말을 인용했다. 윤 지검장은 "‘검사는 정의를 추구하되 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은 잃지 않아야 한다’고 해석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앞서 검찰 내부망에 올린 검찰 개혁론을 통해 "검찰은 수사 지휘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는 "이에 공감하는 후배 검사가 시 한 수를 보내줬다. 이를 끝으로 여러분과 이별을 고하고자 한다"며 "부드러운 칼을 먹고 물고기가 산란하듯 추상과 같은 칼의 속성은 간직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애정은 잃지 않음으로써 부디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검찰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했다.

윤 지검장이 소개한 시는 정호승 시인의 ‘부드러운 칼’이다. "칼을 버리러 강가에 간다 / 어제는 칼을 갈기 위해 강가로 갔으나 / 오늘은 칼을 버리기 위해 강가로 간다"로 시작하는 시다.

전남 해남 출신으로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윤 지검장은 1995년 창원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수원지검 공안부장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을 지냈다. 그 뒤 서울서부지검 차장과 서울중앙지검 2차장을 거쳐 2015년 검사장으로 승진했고, 대검 기획조정부장과 제주지검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달 17일 윤 신임 총장의 후보자 지명 이후 사의를 밝힌 검사장급 이상 검찰 간부는 윤 지검장이 아홉 번째다. 윤 지검장의 퇴임식은 오는 24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