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한 반도체 주요 소재 수출 규제 강화 조치와 관련,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 외무성 국장급 인사를 파견해 대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오는 23∼24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예정인 WTO 일반이사회에 일본 측 대표로 야마가미 신고 경제국장을 보내기로 했다. 일본 외무성은 수출 규제의 정당성 문제와 관련해 사안을 잘 알고 있는 고위급 관리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어색한 표정으로 서로를 지나치고 있다.

이번 WTO 일반의사회에는 우리 정부 요청에 따라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가 정식 의제로 올랐다. 일반이사회는 164개 회원국의 모든 대사가 참석한 가운데 무역에 관한 중요한 안건을 협의하는 자리로, 2년에 한 번 열리는 각료급 회의를 제외하면 WTO의 실질적인 최고 기관이다. 일반이사회에서는 당사국 외에 제3국 대표도 발언할 수 있다.

최고 결정 권한을 행사하는 WTO 각료회의가 2년마다 개최되고, 각료회의 기간이 아닐 때는 일반이사회가 최고 결정기관으로 기능을 한다. 이번 WTO 일반이사회 회의장에서는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한·일이 자유무역 문제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일 전망이다.

다만 일반이사회 협의는 WTO 분쟁해결 수단과는 별개다. 때문에 우리 정부는 협의를 통해 일본 수출 규제의 문제점을 세계적인 이슈로 끌어올리고 WTO 회원국 공감대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본 측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는 금수 조치가 아니라 안보 상의 이유이며, 수출 관리 운영을 재검토한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우리 정부는 제네바에서 열린 WTO 상품무역이사회에서 ‘긴급 상정’ 절차를 통해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해 강한 유감 입장을 표했다. 지난 9일 백지아 주제네바 대한민국대표부 대사는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를 현장에서 추가 의제로 긴급 상정하고 우리 정부의 입장을 상세하게 전했다. 백 대사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국제적인 무역 규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했다.

한·일 양국은 일본 정부가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지난 4일 단행한 이후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안전보장상의 이유’라는 명목을 내세우면서 주요 반도체 소재 3개에 대한 우리나라로의 수출 절차를 까다롭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