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소속 세종시의회 의장이 15일 "여론을 고려해 세종보 해체는 일정 기간 결정을 유보하자"는 입장문을 냈다. 그는 "2000억원 넘는 예산이 투입된 세종보를 다시 비용을 들여 해체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더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입장문은 시의회 다수당인 민주당 지도부 동의를 받아 작성했다고 한다. 세종보에 대해선 이춘희 세종시장이 지난 5월 "성급하게 결정 말자"고 했고, 세종시가 지역구인 이해찬 민주당 대표 역시 6월 "더 시간을 두고 판단하자는 세종시 입장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공주시의회도 지난 2월 시의원 12명 만장일치로 '공주보 철거 반대 결의문'을 채택했다. 공주시가 시민 의견을 접수해봤더니 770명 중 754명(97.9%)이 농업용수 부족,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공주보 철거를 반대했다. 나주시의회에서도 지난 1일 의원 15명 중 민주당 소속 12명 전원과 무소속 1명 등 13명이 발의한 '죽산보 해체 반대 건의안'을 채택했다. 지난 2월 환경부가 제시한 금강·영산강의 세종보·공주보·죽산보의 3개 보 해체안에 대해 지방의회들이 모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낙동강 경우 지난 5월 환경부가 취·양수장 시설 개선비를 지원하겠으니 신청하라고 했지만 예천·상주·구미·성주·달성 등 지자체에서 거부했다. 취·양수장 시설 개선은 보 개방으로 수위(水位)가 낮아질 것에 대비한 것인데, 수위가 떨어지면 농업용수 확보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보를 철거하겠다고 할 경우 지역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이제 보 해체 찬성은 환경단체만 남았다.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 과제의 1호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세웠다. 4대강 보 해체도 적폐 청산 차원에서 밀어붙인다는 느낌이다. 강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해서 모래톱을 만들고 녹조를 줄이겠다는 것이 목적이라면, 수문만 열어놓고 있어도 되는 일이다. 막대한 재정을 들여 지은 보를 또 돈을 들여 해체하겠다고 하고 있으니, 지난 정권이 한 일을 부숴버리겠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4대강 보 철거 계획을 세우기 위해 정부가 지난 2월, 3월, 4월 세 차례 25억원짜리 용역 프로젝트 입찰공고를 냈지만 응찰한 기업·기관이 한 곳도 없어 무산되고 말았다. 지금 정부가 4대강 보를 적폐로 지목하고 있지만, 보 해체에 참여할 경우 다음 정권에서 적폐로 몰려 곤욕을 치를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일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건 현 정권이 지난 정권 사업을 적폐로 몬 것의 업보(業報)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