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에선 스마트폰에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Alipay·즈푸바오)나 위챗페이(WeChat Pay)가 깔려 있으면 생활이 무척 편리해진다. 상점이나 식당에서 비용을 지불할 때뿐만 아니라 송금과, 공과금 납부, 온라인 쇼핑과 차량 호출 서비스 이용 등 거의 모든 서비스를 이들 QR코드 기반 결제 시스템을 통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식 축의금을 QR코드를 스캔해 받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모바일 페이 수단이 없으면 꽤 불편하다. 외국인 입장에선 더 그렇다. 작은 가게뿐 아니라 대형 쇼핑몰 매장에서도 외국인이 주로 사용하는 비자(VISA)나 마스터카드(mastercard) 같은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현금을 내면 위조지폐 감별 기계에 지폐를 넣어 일일이 확인하기 때문에 번거롭다. 아예 현금을 안 받는 곳도 늘고 있다.

2019년 4월 중국 베이징의 길거리 음식 판매대에서 판매자가 고객 스마트폰의 QR코드를 스캔해 결제를 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 런민은행의 관련 통계를 보면, 지난해 중국 모바일 결제 규모는 277조4000억위안(약 4경7526조원)을 기록, 2017년 대비 36% 늘었다. 중국 인터넷 관리 기구인 중국인터넷정보센터(CNNIC)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인구의 약 42%인 5억8300만명이 모바일 결제를 썼다. 이들이 모바일 결제를 이용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간편하고 쉽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중국 출장이나 여행을 앞두고 현지에서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사용 가능 여부를 묻는 이들이 최근 들어 부쩍 늘었다.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를 쓰려면 우선 결제할 돈이 빠져나갈 은행 계좌가 있어야 한다. 중국 본토에 있는 은행에서 개설한 것만 사용 가능하다. 중국 본토에 있는 중국 은행 또는 한국계 은행의 중국법인이 여기에 해당한다. 중국 은행이라도 한국에 있는 한국법인에서 개설한 계좌는 이용할 수 없다.

한국인이 중국 본토 은행에서 계좌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준비해야 할 것은 여권과 비자, 중국 전화번호다.

여권은 외국인의 신분증과 같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 중국 전화번호는 계좌 개설 과정에서 은행이 보내는 인증용 문자 메시지를 받기 위해 필요하다. 중국이동(차이나 모바일)이나 중국연통(차이나 유니콤) 등 중국 이동통신사의 유심(USIM·통신 가입자 식별 모듈) 칩을 사서 본인의 휴대전화에 꽂으면 중국 전화번호를 얻을 수 있다. 전화번호가 문자 메시지를 받기 위해 필요한 만큼, 유심 칩을 살 때는 문자 메시지 기능이 포함된 것으로 구매해야 한다.

왼쪽은 중국 알리바바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 알리페이, 오른쪽은 중국 텐센트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 위챗페이. 알리페이 상징색은 파란색, 위챗페이 상징색은 초록색이다.

계좌 개설 때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 바로 비자다. 중국은 비자를 꼭 발급받고 가야 하는 나라다. 입국 목적에 따라 여행(관광)·상용(비즈니스)·유학·취업 비자 등이 따로 있는데, 비자 종류에 따라 계좌 만들기에 제약이 있다.

‘여행 비자로 중국 은행에서 계좌를 만들 수 있나요?’

중국으로 여행을 가는 한국인이 인터넷 포털이나 커뮤니티에 자주 올리는 질문 중 하나다. 여행을 위해 중국에 가는 한국인은 주로 한 번 입국해서 최대 30일 체류할 수 있는 ‘단수 30일 여행 비자’를 발급받는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여행 비자로도 중국에서 계좌를 만들 수 있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 여행 비자로는 중국에서 계좌를 만들기 어려워졌다. 상당수 은행이 단순 여행보다 입국 목적이 더 확실하고 체류 기간이 긴 상용·유학·취업 비자 등을 요구한다.

15일 베이징 기준, 중국에 진출한 한국 신한·우리·하나·국민은행 중 여행 비자로 계좌를 개설해 주는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우리은행도 베이징 내 모든 지점에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차오양구 왕징의 포스코센터에 있는 우리은행 영업부에서만 여행 비자로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2019년 5월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에 있는 신한은행 왕징지행에 ‘여행 비자로 입국하신 분들의 계좌 개설이 중단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신한은행 중국법인은 올들어 여행 비자 입국자에 대한 계좌 개설을 중단했다. 신한은행 왕징지행(지점)엔 ‘2019년 2월 1일부터 계좌의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여행 비자 입국자의 계좌 개설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실제로 여행 비자를 가진 A씨와 상용 비자를 가진 B씨가 지난달 이 지점을 찾아갔을 때, A씨는 계좌를 만들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B씨만 계좌를 만들어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에 연동해 쓸 수 있었다.

하나은행 중국법인은 1년 전쯤부터 여행 비자를 계좌 개설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중국 런민은행에서 제도 변경에 관한 큰 틀만 제시해서 은행마다 해석이 다르고 내부규정이 다르다"며 "체류 기간이 짧은 여행 비자는 계좌 발급을 안 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공상·교통은행 등 중국 은행들은 외국인의 계좌 개설 요건이 더 까다로운 편이다. 체류 기간 6개월짜리 유학 비자도 거부당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이들은 중국 정부가 발급하는 거류증(장기 체류 허가증)을 요구하기도 한다. 취업 비자 소지자에겐 취업증명서나 재직증명서를 요구할 때도 있다.

중국 내 도시마다, 은행마다, 또 같은 은행이라도 지점마다 요구하는 자격이나 서류가 다른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여행을 가는 지역의 은행 웹사이트 등을 통해 미리 확인해 보는 편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