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생아 분만이 제로(0)였던 지자체가 전국 157개 시·군 중 약 절반인 71곳에 달했다. 이 중 30곳은 차로 1시간 거리 안에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 병원조차 없었다. 한 해 100만명씩 아기가 태어나던 나라에서 40여 년 만에 출생아 수가 3분의 1도 안 되게 급감하는 초저출산국이 되면서 문 닫는 산부인과가 속출하고 출산 인프라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분만 취약지의 임신부는 분만 병원까지 가는 시간이 서울 임신부의 10~14배에 달할 정도로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한다.

출산 인프라 붕괴는 신생아 숫자가 줄어드는 데다, 원가의 70%에도 못 미치는 낮은 의료보험 수가 때문에 병·의원들이 고비용·고위험의 분만실 운영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분만 시설은 24시간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해 인건비 부담이 높고 위험 부담도 크다. 산부인과 의사에 대한 법적 책임은 강화됐는데 의료수가는 여전히 형편없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강아지 분만료보다 낮다"고 푸념할 정도다. 의대생들이 지원을 기피해 수년째 산부인과 의사 배출이 제자리걸음이다. 지방에서는 산부인과 전문의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저출산 극복이라는 국정 목표는 말뿐이고, 출산 인프라 지원은 미흡하기 그지없다. 강의실 전등 끄기 같은 가짜 일자리에는 국민 세금을 수조원씩 쏟아부으면서, 분만 취약지 지원 예산은 작년 70억원에서 올해 69억원으로 더 줄였다. 지자체들은 출산 지원금처럼 유권자들에게 생색 나는 현금 복지는 앞다투어 주면서 당장 생색 안 나는 출산 인프라 구축은 뒷전이다.

턱없이 낮은 분만 의료수가를 현실화하고, 분만 의료기관에 대한 재정 지원과 투자도 늘리지 않으면 전국적인 출산 인프라 붕괴를 막기 어렵다. 당장 효과가 나지 않더라도 아이 낳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는 데 꾸준히 투자하는 방법밖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