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이 또 올랐다고 하니 1명 있는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내고 혼자 일할 생각입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2.87% 인상된 8590원으로 결정됐다.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지만 자영업계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12일 오전 찾은 서울 용산구 한 커피전문점에선 점주 윤모(61)씨가 혼자 일하고 있었다. 손님이 4명 정도 몰려와 각자 음료를 서너 잔씩 주문하자 바삐 움직였다. 10여 잔의 주문이 몰리자 아들을 불러 음료를 같이 만들었다. 그는 " 2~3명 쓰던 아르바이트생을 한 명으로 줄였다. 근무시간도 하루에 서너 시간 더 일하고 있다"며 "주휴수당과 4대 보험, 명절 상여금까지 챙겨주면 부담이 너무 크다"고 했다.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한 아르바이트생.

16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강모(55)씨는 작년까지 운영하던 4곳의 식당을 최근 모두 내놨다. 그는 "한 달에 천만원 가량의 임대료에 직원 월급을 주고 나면 적자"라며 "차라리 식당을 그만두고 경비 아르바이트라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도시락집을 운영하는 유모(49)씨는 "매년 매출이 30%씩 줄어드는데 인건비를 또 올리면 부담이 크다"며 "원래 직원 5명을 쓰다가 현재 가족 2명과 아르바이트생 1명이 근무 중인데 빚도 많아 힘들다"고 했다.

편의점 업계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안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협의회(이하 전편협) 공동대표는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30% 가까이 인상되면서 점주들은 주당 70~80시간씩 일하고 있다"며 "또 다시 최저임금이 인상된다고 하니 앞길이 막막하다. 점주들도 자신의 근무시간을 더 늘리기 어렵기 때문에 한계치에 다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편협은 최저임금 4.2% 삭감을 주장한 바 있다. 계 공동대표는 "최저임금위원회는 우리 의견보다는 정부와 민주당 의견을 따른 것 같다. 우리가 임금 삭감을 주장한 것은 힘들어서지 꾀를 부린 것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해 왔던 전국가맹점주협의회(이하 전가협)도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 이재광 전가협 공동의장은 "지난 2년간 임금인상 부담 증가분은 약 140만원이며, 이를 지급하는 가맹점주는 90만원의 수익으로 살고 있다"며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구조로, 고용노동자의 근무시간과 수를 줄이고 자영업자 스스로 근무시간을 늘려 버티고 있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계속될 경우 자영업자의 고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중소기업계도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최근 2년간 급격하게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절실히 기대했던 최소한의 수준인 ‘동결’을 이루지 못한 것은 아쉬운 결과"라며 "향후 최저임금위원회가 기업의 지불능력을 고려한 업종별, 규모별 구분적용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논의해 만들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편의점 근로자들은 최저임금 인상 폭이 최소화된 데 안도하는 분위기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A 씨는 "이 정도 인상 폭이면 (근로) 시간이 줄지는 않을 것 같다"며 "많이 안 올라서 다행"이라고 했다. 또 다른 아르바이트생도 "큰 타격은 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아르바이트생 사이에선 "너무 조금 올랐다. 1만원까지 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3차 전원회의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8590원으로 의결했다. 올해 최저임금(8350원)보다 240원(2.87%) 오른 금액이다. 월 환산액은 209시간 기준으로 179만5310원으로, 올해보다 5만160원 인상된 액수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 때인 1999년(2.70%), 금융위기 여파를 겪은 2010년(2.75%) 다음으로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다. 박준식 위원장은 의결 직후 간담회에서 "대한민국 경제 형편이 여러 가지로 어렵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직면한 현실에 대한 정직한 인식이 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