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주 사회정책부 기자

지난 8일 오후 2시부터 전북도교육청에서 열린 상산고의 청문(聽聞)을 취재하러 전주에 갔다. 최근 전북교육청 평가에서 자사고 재지정 커트라인(80점)에서 0.39점 미달했다는 이유로 일반고로 강제 전환될 위기에 처한 상산고가 교육청에 억울함을 소명하는 자리다.

청문 내용도 중요하지만, 전국적 비판을 받으면서도 상산고 지정 취소를 당당하게 밀어붙이는 전북교육청의 분위기도 궁금했다.

이날 상산고 청문은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상산고는 "언론에 공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교육청은 장소 협소, 질서 유지가 어렵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자들도 청문회장 가까이 갈 수 없었다. 전북교육청은 청문이 열린 6층 위원회실 입구 5m 앞에 직원 2명을 배치해 기자들이 가까이 못 가게 막았다.

그런데 정작 상산고의 일반고 전환을 강력 주장하는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청문에 참석하지 않았다. 교육감의 소재가 궁금해 6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교육감실이 있는 5층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버튼이 눌러지지 않았다. 옆 직원에게 물어보니 "과거 민원 발생 등 상황이 있어 교육감실이 있는 5층엔 내릴 수 없다"고 했다. 계단을 통해서도 카드키를 찍어야 5층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누구나 9층 교육감실에 오갈 수 있게 열려 있는 서울교육청에 익숙한 기자에겐 놀라운 광경이었다.

이런 전북교육청의 불통 분위기는 그전부터 느낄 수 있었다. 전북교육청의 대변인은 전북교육청에 대해 부정적 기사가 몇 차례 나간 뒤부터는 아예 기자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지역 주재 기자에게 물었더니 "전북교육청은 원래 자기 성향과 맞지 않는 언론사와는 잘 소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교육감은 기자단과 자주 만나 의견을 듣기보다, 주로 페이스북으로 소통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전주에 내려가 주민들을 만나보니 상산고에 대해 생각보다 정말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교육청 입구 앞 식당 사장님은 "서울서 난다 긴다 하는 애들이 오는 데다가 학비도 비싸서 전주 애들이 많이 못 가고 겨우 들어가봤자 공부를 못 따라간다. 그러니 여기 학부모들은 (상산고를) 싫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전북교육청에서 전주역까지 기자가 타고 간 택시 기사는 "모든 아이들이 출발점이 공평해야 하는 건 맞지만, 상산고 같은 명문이 전북에도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나 같이 잘 모르는 사람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상산고에서만 32년 근무했다는 경비 아저씨는 "다른 건 모르겠고, 상산고만 커트라인이 80점이래. 다른 데는 70점인데. 그게 뭐야"라고 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기자가 하루 동안 전주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들은 이 다양한 의견들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들으려고 노력은 했는지, 했다면 얼마나 숙고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