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 이후 변호인 통해 입장 밝혀
"깊이 감사…심려 끼친 부분 깊이 인식"
"대중들 비난 항상 되새기며 살아갈 것"

가수 유승준.

지난 2002년 이후 한국에 들어오지 못한 가수 유승준씨에 대한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이 부당하다고 대법원이 11일 선고한 가운데, 유씨는 "유씨와 가족들에게 가슴 속 깊이 맺혔던 한을 풀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유씨는 이날 대법원 판결 이후 변호인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유씨는 지난 2002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한국인으로서의 병역은 면제받았지만, 병무청이 법무부에 유씨의 입국을 금지시켜달라고 요청했고, 법무부는 그해 2월 입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유씨는 "태어나서 중학교까지 자랐던, 그리고 모든 생활터전이 있었던 모국에 17년 넘게 돌아오지 못하고 외국을 전전해야 했다"며 "아이들과 함께 고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하고 절절한 소망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판결에 깊이 감사하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동안 사회에 심려를 끼친 부분과 비난에 대해서는 더욱 깊이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사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대중들의 비난의 의미를 항상 되새기면서 평생 동안 반성하는 자세로 살아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유씨는 지난 2015년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재외동포(F-4) 비자를 신청했으나 발급을 거부당했다. F-4 비자는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재외동포법)상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있다가 외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 국적 동포에게 발급하는 비자다. 큰 제한 없이 경제 활동 등 영리 목적의 활동이 가능한 비자다.

1심과 2심은 정부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했다. 유씨가 입국해 방송·연예 활동을 할 경우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국군장병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병역 기피 풍조를 낳게 할 우려가 있어 적법한 입국 금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봤다.

반면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을 뒤집고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비자 발급 거부 행위로 달성할 수 있는 공익과 그로 인한 상대방(유씨)의 불이익을 전혀 비교하지 않은 채 처분권을 행사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해야 할 위법사유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 재판은 서울고법에서 다시 열린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 판단 취지에 맞춰 유씨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취지의 판결이 확정되면 정부는 유씨의 재외동포 비자 발급 여부를 다시 결정해야 한다.

대법원은 정부의 판단 기준도 일부 제시했다. 대법원은 "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강제퇴거명령을 하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5년간의 입국 제한을 받을 뿐"이라며 "입국금지 사유가 소멸될 경우 입국금지를 요청한 기관장은 법무부 장관에게 입국금지 조치의 해제를 요청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씨가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할 때 적용되던 국적법은 국적을 포기해 병역 의무를 면할 가능성을 열어뒀다"며 "당시 적용되던 재외동포법도 '대한민국 남자가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해 외국인이 된 경우에도 38세가 된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외동포 체류자격이 부여되는 것을 제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유씨에 대한 입국금지 결정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병역 의무를 면했음을 이유로 하는 제재 조치"라며 "의무를 위반한 내용과 제재 처분 사이에 비례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재외동포법이 재외동포의 대한민국 출입국과 체류에 대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에 비춰 재외동포에 대한 무기한 입국금지 조치는 법령에 근거가 없는 한 신중해야 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