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투자해 국제 경쟁력 갖춘 인재를 길러야 할 때인데, 자사고가 없어지면, 그 대안은 있습니까? 그런 대책은 발표도 안 하면서, 자사고만 없애면, 결국 강남 쏠림 현상밖에 안 나타납니다."

문재인 정부가 진행해 온 '자율형사립고 폐지 정책'에 대해 홍성대 전주상산고 이사장은 최근 본지에 이렇게 말했다.

자사고의 뿌리는 2002년 김대중 정부가 30년간 지속된 고교 평준화 정책의 보완책으로 수월성 교육을 할 수 있는 학교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만든 '자립형사립고'다. 당시 정부는 상산고, 민족사관고, 포항제철고, 해운대고, 광양제철고 등 6개교를 자립형사립고로 지정했다. 정부 재정 지원 없이 전국에서 학생을 모집하고 교육과정도 자율적으로 운영하게 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는 '고교 다양화 정책'을 내세워 자립형사립고를 대폭 늘리면서 자율형사립고로 이름을 바꿨다. 이에 따라 자사고는 2010년 26개교, 이듬해 51개교로 늘어났다. 이후 재정난 등으로 몇 군데가 일반고로 돌아가고, 현 정부가 출범할 때는 46개교가 남아 있었다. 현 정부는 이들을 모두 폐지하는 걸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다양한 교육과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는 여전한데, 현 정부가 자사고 폐지 찬성 여론에 올라타고 대안도 없이 자사고 폐지에만 열을 올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수는 "정부가 사교육비는 줄이고 학력과 창의력은 키울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런 건 아무것도 없이 학부모들이 원하는 자사고만 없애려 한다"고 했다.

이대로면 학부모들이 강남 지역 고교를 선호하는 현상이 다시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많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고2 학부모는 "집 근처 자사고에 열정 있는 교사들이 많다는 얘길 듣고 학비는 조금 비싸지만 무리해 애를 보냈다"면서 "일반고 수준은 그대로인데, 집 근처 자사고가 없어지면 평범한 학부모들은 강남으로 가라는 말이냐"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강남 8학군만 부활할 것 같다"고 했다. 자사고 한 교장은 "정부가 공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자사고 폐지로 풀어주려 하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