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집권당인 보수당의 새 총리이자 당대표를 선출할 투표용지가 7, 8일 이틀에 걸쳐 16만 명의 영국 보수당원에게 전달됐다.

이 당원들은 최종 압축된 두 후보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과 제러미 헌트 현 외무장관이 이달 17일까지 지역별로 벌이는 토론·유세를 지켜보고 21일까지 우편으로 투표한다. 차기 총리는 22일 발표된다. 이 16만 명은 6750여만 명으로 추산되는 영국 인구의 0.2%를 겨우 웃도는 숫자다. 그야말로 '한 줌'의 집단이 영국 총리를 선출하는 구조여서 대표성 논란도 벌어진다. 이렇게 막대한 권한을 쥔 보수당 등록 당원 16만 명의 정체(正體)에 관심이 쏠린다.

영국은 5년마다 치르는 총선에서 승리한 당의 대표가 총리가 되는 의원내각제다. 임기 중에 총리가 사임하면, 과거엔 소속 하원의원들이 투표로 뽑았다. 그러나 1997년 토니 블레어의 노동당에 참패한 뒤, 보수당은 당원 권한을 확대하고 지속적인 당원 감소 추세도 뒤집기 위해 1998년에 룰을 바꿔 총리·당대표 최종 선출권을 당원들이 갖도록 했다. 이번의 총리 선출 당원투표는 1998년의 룰 변경 이후 첫 번째 케이스다.

연회비 25파운드(약 3만7000원)를 내는 보수당원 수는 1950년대 초 280만 명에 달했다. 하지만 여러 이질적 요소를 한데 모은 거대 정당에 대한 실망감으로 이탈이 계속되면서, 작년엔 12만4000명으로 급감했다. 보수당 측은 총리 당원투표를 앞두고 당원 가입이 늘어 16만명이 됐다고 밝혔다.

BBC방송은 2017년 보수당이 받은 회비 중에서 사망한 당원의 유언에 따른 기부금이 169만파운드로 살아 있는 당원의 회비(83만파운드)의 배였다고 보도했다.

이 보수당원의 구성과 성향은 일반 영국 유권자와는 매우 다르다. 그래서 대표성이 없는 인구의 0.2%가 총리를 선출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작년 말 조사에서 보수당원의 97%는 영국 출신 백인이다. 대조적으로 영국 인구의 15%는 소수계다.

또 전형적인 보수당원은 '좋았던 옛날'을 그리워하는 부유층 노인들이다. 대부분 55세 이상이고, 65세 이상이 44%나 된다. 당원의 71%는 남성이고, 5%는 연 소득이 10만파운드(약 1억4700만원) 이상이다. 팀 베일 런던대 정치학 교수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백인 중산층이 압도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또 일반 영국인보다 훨씬 우파적이고 전통을 중시한다. 뉴욕타임스는 "영국의 계급(class) 정치가 무너지고 유권자들이 교육 수준, 연령 등으로 재결합하면서 우익 성향이 두드러진 핵심 지지자들만 당에 남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수당원의 57%는 영국 경제에 피해가 있더라도 EU와 합의 없이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를 1순위로 선호한다. 브뤼셀의 EU 본부가 전구·진공청소기 같은 것까지 규제하면서, 전통적인 일상을 간섭한다는 반감(反感)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 스코틀랜드가 이탈해도 브렉시트를 찬성한다는 사람이 63%에 달하고, 막대한 경제적 피해 등의 최악 상황에서도 브렉시트를 원한다(찬성 61%). 심지어 당이 붕괴돼도(54%) 브렉시트가 우선이다.

유일하게 노동당이 집권하는 시나리오에선 51%가 브렉시트를 포기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18일 유고브(YouGov) 여론조사에서 전체 영국인의 50%가 노딜 브렉시트는 '나쁜 결과'라고 밝힌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보수당원 대부분은 "무슨 일이 닥쳐도 10월 31일엔 EU를 탈퇴한다"는 보리스 존슨을 지지한다. 존슨이 총리가 돼도, 최단기 총리가 될 수도 있다. 존슨이 노딜 브렉시트를 밀어붙이려 할 경우, EU 잔류나 2차 브렉시트 투표를 원하는 보수당 일부 의원들과 야당인 노동당·자유민주당 의원들은 힘을 합쳐 곧 불신임투표를 해 내각을 붕괴시키고 조기 총선을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