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이 도내 2300여 초·중·고교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최근 '학교생활 속 일제 잔재 발굴 조사'를 하면서 '수학여행' '파이팅' 같은 일상 용어를 청산 대상 일제 잔재로 지목했다고 한다. 수학여행이 일제강점기에 조선 학생들을 일본에 견학시키던 행사에서 비롯됐다며 수학여행이라는 말까지 '친일'로 규정한 것이다. '친일 잔재 청산 프로젝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동·서·남·북이 들어가 있는 교명(校名)도 일제 잔재라는 입장이라고 한다. 황당한 일이다.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오른 사람이 지었다고 수십 년 전통의 학교 교가(校歌)를 갑자기 교체하고 향나무가 일본산이라며 교목(校木)을 뽑아내려고 한다. 경기도의회는 일본 제품에 '전범 기업'이라는 딱지를 붙이려고도 했다. 이제는 일상 용어에까지 친일 딱지를 붙이려고 시도한다. 이런 논리라면 '학교' '교육'은 물론 '사회' '과학' 같은 교과목 이름 등 우리가 쓰고 있는 단어 상당수가 일제 잔재, 친일 용어라는 말이 된다.

한·일 갈등의 바탕에는 양국 국민 사이의 '혐오'가 있다. 과거엔 한국 사회에서 '반일'이 컸지만 이제는 일본 사회에서 '혐한(嫌韓)'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아베 일본 총리가 한국에 무역 보복 조치를 하자 지지율이 올라갔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반일 정서 부추기기는 필연적으로 일본에서 반한(反韓) 정서를 키울 것이다. 양국 국민 모두에게 해로운 일이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좌파 교육감들의 '친일' 딱지 붙이기에 제동을 거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충북교육청이 지난달 연 토론회에서 학생·학부모들이 반대해 도교육청이 '친일 향나무' 제거, 교가 변경 추진을 사실상 철회하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시대착오 행태는 국민이 막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