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시행하자 국내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여론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구로다 가쓰히로 일본 산케이 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한국이 이렇게 풍요로운 나라로 발전하기까지 일본의 협력이 얼마나 기여했는지 정확히 알아달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구로다 전 지국장은 산케이신문 특파원으로 30년 이상 한국에서 지냈다.

구로다 전 산케이신문 지국장.

5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구로다 전 지국장은 "경제 보복이란 표현은 문제가 있다"며 "(이번 수출 규제는) 경제 문제로 시작된 게 아니라 과거사와 관련된 외교적인 문제에서 시작됐다. 이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경고성 메시지이므로 외교적인 보복이지 경제 보복 혹은 무역 전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해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내부에서 해결해달라고 계속 요구해 왔는데 전혀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뜻에서 도발적인 처방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로다 전 지국장은 1965년 한일 협정에서 식민 지배의 피해에 대한 국가와 국민의 대(對)일 배상 청구권을 포기한 사례를 들어 지난해 10월 일본 기업으로 하여금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로다 전 지국장은 "이미 개인 보상 문제는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때 청구권 협정, 그리고 조약에 의해서 해결됐다. 한국 정부도 개인 보상 문제는 한국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입장이었다"라며 "이제 와서 한국 대법원이 그런 판결을 내리고 일본 기업에 개별적으로 돈 내라고 하는 것은 약속 위반이 아니냐라는 게 일본 정부의 입장"이라고 했다.

또 그는 "한국 정부가 책임지고 다 할 수 있는 문제인데, 그걸 이제 와서 해당 일본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재산을 강제적으로 압류한다는 것은 국가와 국가 사이의 약속에 어긋나는 일이니 한국 정부가 국내 내부에서 해결해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김현정 앵커는 "일본은 36년 일제 강점기 동안 저지른 만행에 대해서 아직 어떠한 진정한 사과도 반성도 하지 않았다. 무슨 갈등만 생기면 ‘1965년 3억 달러 주지 않았느냐’ 이 얘기만 한다"며 "1965년에 준 3억 달러는 어떤 반성과 잘못에 대한 시인도 없기 때문에 배상금이 아니다. 독립 축하금, 경제 협력 자금이라고 일본이 분명히 말하면서 준 돈이다. 그것을 배상금이라고 퉁치면 안된다"라고 항변했다.

이에 구로다 전 지국장은 "당시 한국 정부가 그 대신에 청구권 자금으로 받자고 해서 청구권 협상이 시작된 거다. 또 하나 일본 정부가 사과, 반성 전혀 안 했다고 하는데, 몇번이나 했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일본 총리의 한일 공동 성명에서 사과, 반성이라는 표현을 썼고 아베도 그런 표현을 썼다"고 했다.

또 구로다 전 지국장은 인터뷰 말미에서 "1965년 이후 지금까지 한국이 이만큼 풍요로운 나라로 발전한 것에 대해 일본이 얼마나 기여했는지 정확하게 알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일 국교 정상화를 계기로 해서 한일 간에 협력 관계를 시작한 것"이라며 "그게 지금 한국 발전의 기초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 국민들은) 일본에서 준 그 돈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중했는지 그걸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일본이 과거에 대한 미안한 마음으로 한국에 대해 많이 협력해 왔다"며 "특히 기업 간에 과거에 대한 미안한 마음으로 한국을 도와주자라는 것들이 많았다. 지금 젊은 세대, 한국 국민들이 과거를 모른다"고말했다.

이에 진행자는 "지금 계속 듣는 것이 상당히 불편하고 청취자도 불편해한다"며 "게다가 열심히 노력하는 우리나라 기업에게 지금 구로다 전 지국장의 말은 상당히 모욕적이라는 생각마저 든다"며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