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문제 삼아 일본이 보복 조치를 발표한 가운데 강민구〈사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전임) 양승태 사법부가 (이 사건의) 외교적 해결을 위해 시간을 벌어 준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통해 "사법부도 국가 시스템 속의 하나일 뿐이라고 외교 상대방은 당연히 간주한다"며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강제징용 사건에 대한 판단을 미룬 데는 그런 배경이 있다고 했다.

2005년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은 1·2심에서 패소했으나 2012년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이후 2013년 일본 기업이 재상고해 다시 대법원에 올라왔으나 5년 만인 지난해 10월 현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의 대법원 전원 합의체에서 배상 확정 판결이 나왔다. 이렇듯 전임 양 대법원장 시절에 판결을 늦춘 데는 외교적 고려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강 부장판사는 "양승태 사법부에서 선고를 지연하고 있었던 것은 당시 박근혜 정부에서 외교적·정책적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벌어 준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며 "그런데 지금은 사법 농단 적폐로 몰리면서 대법원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에 이른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으로 기소한 검찰과 정권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강 부장판사는 또 "사법부 판단을 정부로서는 어쩔 수 없다는 대응 방식은 외교 관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며 "가장 피해야 할 것이 감정적 민족주의 선동"이라고 했다.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 전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