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스웨그에이지 : 외쳐, 조선!'

전통을 흡수한 독자적 창작 뮤지컬이 나왔다. 시조를 랩으로 폭발시킨 ‘스웨그 에이지: 외쳐, 조선!’이다.

멋도 모르고 고리타분하게 여길 수 있는 조선시대 시조문화를, 대한민국 젊은 세대에서 ‘스웨그’의 상징으로 통하는 힙합문화로 치환한 점이 탁월하다.

조선시대에 자유와 소통의 상징인 시조를 읊는 방법이 계급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점에 착안했다. 양반들은 사대부 시조라 일컬어진 평시조를 읊는다. 정형화로 경직돼 있다.

반면, 백성들은 서민의 애환이 깃든 사설시조를 읊는다. 특히 조선의 자유로운 영혼이자 누명을 쓴 부친으로 인해 한을 품은 주인공 '단'의 시조는 처음부터 운율이 파괴돼 있다.

단은 흡사 K팝 아이돌 같다. 캔버스화 같은 신발을 신은 그는 랩과 고음을 자유롭게 오가며 시조로 세상을 바꾸려는 ‘골빈당’ 단원들과 화려한 칼군무를 춘다.이 뮤지컬로 제작에 처음 나선 PL엔터테인먼트 송혜선 대표는 “‘단’ 역은 아이돌 역에 최적화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단 역에 K팝 그룹 '유키스' 멤버이자 KBS 2TV '더 유닛'에서 1위를 차지한 준이 캐스팅됐는데 고음에서 불안한 것을 빼면 능수능란한 편이다. 이 작품이 뮤지컬 데뷔작인데 연기 톤도 안정됐다. 덕분인지 외국 관객도 눈에 띈다. 준 역의 다른 배우들은 양희준, 이휘종인데 뮤지컬계에서 재주꾼으로 소문난 이들이다.

뮤지컬 ‘스웨그 에이지: 외쳐, 조선!’에는 재기발랄한 패러디도 넘친다. 골빈당이 시조를 금지해 자신들을 통제하려는 ‘홍국’ 역에 맞서 참가하는 ‘조선시조자랑’은 명백하게 ‘전국노래자랑’을 레퍼런스로 삼았다.

시조 대결에서 주걱을 땅에 내팽개치는 것은 힙합 문화에서 자신의 공연이 성공적으로 뜻했음을 뜻하는 ‘마이크 드롭’의 은유다. 그룹 ‘블랙핑크’의 ‘뚜두뚜두’ 멜로디에 두릅을 들고 “두릅두릅두릅”을 외치는 장면에서 객석은 웃음으로 들썩인다. ‘스웨그’는 한자 발음이 비슷한 ‘수애구’로 표현되는데 ‘목숨’(壽)을 걸어서 시조 ‘사랑’(愛)을 ‘외친다’(口)라는 뜻이란다.

이야말로 옛것을 익혀서 새것을 아는 ‘온고지신 뮤지컬’의 표본이다. 전통을 코믹하게 해석한 뮤지컬은 유치하거나 메시지가 없다는 편견을 거대한 망치로 깨부수는 듯한 쾌감을 안긴다. 깨어 있는 여성을 상징하는 당찬 골빈당원으로 김수연, 김수하가 번갈아 연기하는 ‘진’ 역도 특기할 만하다. 골빈당을 이끄는 맏형 ‘십주’ 등 조연급들도 입체적이다.

웃다 보면, 민중에 대한 뜨거움이 몰려온다. 전기수가 등장하는 뮤지컬로 배우와 관객이 함께 노닐면서 자연스럽게 풍자를 이끌어낸 뒤 희망까지 이야기한 ‘판’, 금주령과 전기수로 지금의 여성 관련 화두까지 정리한 ‘금란방’ 등 조선시대 민중들이 뭉치고 열병 같은 혁명의 기치를 높이 들어올린 뮤지컬들은 이미 있었다. ‘스웨그 에이지: 외쳐, 조선!’은 ‘흥’보다는 ‘스웨그’에 방점을 찍어 다른 결의 신남과 열정을 선보인다.

음악, 춤 모두 다양한 것을 섞었는데 균형감이 좋다. 국악 장단을 차용한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이 조화를 이루는 넘버들, 힙합댄스부터 한국무용, 현대무용을 한 무대에서 볼 수 있는 안무도 배우들이 소화하기에는 어렵지만 관객들은 역동적으로 소화하는 즐거움이 있다. 특히 넘버 ‘이것이 양반놀음’은 한번 들어도 귀에 척척 감긴다.

억압 받는 삶 속 백성들의 외침을 즐겁게 풀어내는 ‘스웨그 에이지: 외쳐, 조선!’은 주류 뮤지컬시장에 대한 차별의 즐거운 외침이자, 현재 주류 대중문화에 대한 뮤지컬식 똑똑한 패러디다. 8월2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