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내 유일한 자사고인 민족사관고(민사고)가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79.77점을 받고 앞으로 5년간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앞서 지난달 20일 전주 상산고는 전북교육청으로부터 79.61점을 받아 자사고 취소 위기에 몰렸다. 거의 같은 점수를 받고도, 한 학교는 자사고 취소 위기에 있고, 다른 한 곳은 자사고 신분을 유지할 수 있어 평가의 형평성 등의 문제가 제기된다.

서울교육청 자사고 평가 항의하는 학부모들 1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자율형사립고학부모연합회 회원들이 자사고 재지정 취소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회원들은 "불공정과 반칙이 난무하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규탄한다"면서 3만명이 서명한 항의 문서를 서울시교육청에 전달했다.

강원교육청은 1일 자사고 지정·운영위원회를 열고 "민사고가 자사고 재지정 기준 점수(100점 만점에 70점)를 넘는 점수를 받아 2025년까지 자사고 지위를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996년 개교한 민사고는 2001년 '자립형사립고'로 지정된 후 2010년부터 '전국 단위 자사고'로 전환했다.

민사고의 이날 자사고 재지정은 예상된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민병희 강원교육감도 전교조 간부 출신으로 친(親)전교조 교육감이지만, 자사고 폐지를 강력히 주장해 온 다른 좌파 교육감들과 달리 민사고 문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여 왔다. 이에 따라 강원교육청은 이번 자사고 평가를 앞두고 자사고에 불리한 지표인 사회 통합 전형 지표 등을 타 시도보다 크게 낮추고, 자사고 재지정 통과 기준을 70점으로 유지했다. 민사고는 교육과정 운영 항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반면, 교육청 재량평가 항목에선 많이 감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사고는 이날 평가는 통과했지만 현재 정부와 교육감들이 진행하고 있는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민사고는 이날 공식 입장문을 내고 "자사고 평가의 본질은 자사고가 설립·운영 요건을 충실히 이행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라며 "이런 본질에서 벗어나 교육부·교육청이 임의의 잣대를 들이대어 평가하려는 것은 부당한 것이기에 그 의도를 의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만위 민사고 교장은 "사학(私學)은 뚜렷한 설립 목적을 가지고 운영되는 만큼 반(反)국가 행위나 학교 정관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재지정을 둘러싼 이슈가 사회적 논란거리가 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사립학교의 본질이 무엇인지 우리 사회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사고가 이날 자사고로 재지정되면서 비슷한 점수를 받고 자사고에서 탈락할 위기에 처한 상산고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상산고는 전북교육청이 진행한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학교 만족도 등 대부분 항목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지만, 사회 통합 전형 지표와 감사 지적 사항에서 크게 감점당하며 재지정 기준 점수(80점)보다 0.39점 모자란 79.61점을 받았다. 전북교육청은 이번 평가를 앞두고 자사고 통과 기준을 70점에서 80점으로 올렸다. 경기교육청도 앞으로 자사고 기준 점수를 올릴 계획이다.

한국교총은 "만약 민사고의 소재지가 전북이었다면 기준 점수 80점에 0.23점이 부족해 재지정에서 탈락했을 것"이라며 "같은 자사고이면서도 지역과 교육감에 따라 평가 기준과 점수가 오락가락한 것은 불공정하고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상산고는 2일 전북도의회에서 긴급 기자회견도 열고 이 같은 평가 기준의 부당성을 호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