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정상의 30일 판문점 회동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하루 전 '깜짝 제안'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격 수용하면서 성사됐다. 김정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정식 만남이란 걸 (어제) 오후 늦게야 알았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오지 않았다면 제가 굉장히 민망했을 것"이라고 했다. 한·미 정상은 이날 점심 무렵까지도 "만날 가능성이 크다"(트럼프 대통령), "역사적 사건이 될 것"(문재인 대통령)이라며 회동의 극적 효과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트럼프 트윗에 美 실무진, 분주한 하루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오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주요 20국) 정상회의 참석 중 트위터에 "나는 (곧) 일본을 떠나 한국으로 갈 것"이라며 "그곳에 있는 동안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이것을 본다면, 나는 DMZ에서 그를 만나 손을 잡고 인사(say hello)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北 협상팀 뒤에 이방카 부부 -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앞줄 왼쪽 둘째부터) 등 북측 수행원들이 남·북·미 정상의 만남을 지켜보고 있다. 이방카(뒷줄 왼쪽 둘째) 백악관 보좌관과 사위 재러드 쿠슈너(뒷줄 왼쪽 넷째) 백악관 선임고문도 보인다.

그는 G20 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을 떠나기 직전까지만 해도 이번 방한 중 김정은과 만날 계획이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돌발 제안' 직후에도 "오늘 아침에 생각한 것"이라며 "그가 거기(DMZ) 온다면 우리는 2분간 만나는 게 전부겠지만, 그래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이례적으로 담화를 내고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라고 보지만 공식 제기(제안)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같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서울에 와 있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 등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비건 대표는 이날 취재진에 "매우 바쁜 하루"라고 했고, 두 사람은 당초 예정됐던 청와대 만찬에도 불참했다. 비건 대표는 29일 밤 북측 외무성 인사와 만나 DMZ 회동을 제안하는 공식 문서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선희가 말한 '공식 제기'라는 형식을 갖춰 주면서 회동 준비가 본격화할 수 있었다. 북측의 답장은 이날 새벽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회동 직전까지도 의전·경호 등을 점검했다.

“북한 땅 위에 섰다” 오산기지 연설 후 미국으로 -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 평택시 오산 공군기지에서 주한 미군에게 격려 연설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뒤쪽으로 F-16 전투기와 A-10 대지 공격기 등 미군 장비들이 진열돼 있다.

외교 소식통은 "비건 팀은 29일부터 30일 오전까지 그야말로 '폭탄 맞은' 것 같은 분위기였다"며 "트위터 제안 이후 급하게 미·북 회동을 성사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한 것 같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도 트럼프 대통령의 회동 제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 참모들의 허를 찌른 것"이라며 "DMZ에서의 만남을 위한 진지한 준비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金, 안 왔으면 민망했을 것"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직전까지도 미·북 간 회동 가능성과 방식을 확신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DMZ로 이동하는 시점이 돼서야 두 정상의 만남 방식 등이 일부 전해졌으나, 이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안부 인사' 정도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 모두 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침에 의향을 표시한 걸 보고 깜짝 놀랐고 정식으로 만날 것을 제안하신 사실을 오후 2시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정치적 리스크를 안고 돌발 제안을 했고, 김정은이 이를 전격 수용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