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헤일리

"러시아와의 유대 관계가 너무 끈끈하다."(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트럼프는 우리가 유치원생들에게 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모든 것을 한다."(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1기 내각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 자료 내용이다. 트럼프의 대선 승리 후 공화당 전국위원회(RNC)가 전문 조사팀에 의뢰해 작성한 인사 기밀 자료 100여 건이 유출돼 공개됐다.

23일(현지 시각)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입수해 공개한 인사 자료에 따르면 주요 직책 후보들에 대한 인물평, 유의점 등 뒷조사 내용까지 담겨 있다. 이 문서 내용과 트럼프의 인사 결과를 대조해보면 트럼프는 개인의 도덕성이나 이해 충돌 문제 등을 공직을 맡는 데 큰 결격 사유로 인식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사업적으로 긴밀히 유착돼 있다'고 보고된 틸러슨을 트럼프는 외교를 총괄하는 초대 국무장관에 임명했다. 트럼프 자신도 대선 과정에서 러시아와 내통 의혹으로 이후 특검 수사를 받았다.

트럼프는 '거대 에너지 기업들과 밀월 관계를 맺고 있다'고 인사 자료에 적시된 스콧 프루잇을 환경보호청장에 임명했고, '자기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적시된 톰 프라이스를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했다. 공사(公私) 구분에 문제가 있고 이해 충돌 문제가 있다고 보고됐음에도 요직에 임명했으나, 결국 이들은 12만달러(약 1억4000만원)짜리 호화 해외 출장과 전용기 사적 이용 등 도덕성 논란에 시달리다 사임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트럼프가 자신을 비난한 이들에 대해 비교적 관대했다는 점이다. 릭 페리는 트럼프 열풍에 대해 "대중 선동, 비열함, 난센스의 끔찍한 혼합물이며 공화당을 영겁의 저주로 이끌 것"이라고 비난을 퍼부은 사실이 인사 자료에 들어 있었으나 에너지 장관으로 임명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도 2016년 소셜미디어에 "나는 사람 대 사람으로서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썼고, 니키 헤일리 전 UN 주재 미국 대사 역시 "트럼프는 유치원에서 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모든 일을 한다"고 말한 사실이 인사 자료에 들어 있었다. 조사팀은 이런 비난 내용을 각 후보자의 문서 맨 앞에 제시했다. 악시오스는 "트럼프는 자신을 모욕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어찌 됐건 그들을 기용했다"고 했다.

이 외에도 문서에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 게리 콘 전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에 대한 내용도 담겨 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트럼프의 즉흥적인 인사 방식도 이번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FBI와 같은 수사기관의 철저한 검증 없이 조사팀 20여 명에 의한 약식 조사만 참고해 인사를 발표한 것이다. 악시오스는 "트럼프가 그때그때 되는 대로 인사 발표를 하면 실무팀은 따라잡기 바쁘다"며 "이는 인수인계 기간에도 그랬고 지금도 계속되는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