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정문 앞에 있는 ‘3D(입체) 가상 피팅기’ 앞에서 고객이 화면 속 가상의 옷을 입어보고 있다. 이 피팅기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 거울 앞 고객에게 어울릴 만한 온라인 몰 인기 상품을 추천해 준다.

"샬롯, 여름 원피스 추천해줘."(고객)

"A브랜드의 코튼 날개 튜닉 원피스(5만6050원)와 B브랜드 배색스트라이프 원피스(6만1500원)가 어울리시겠네요. 다른 스타일로 더 찾아 드릴까요?"(샬롯)

롯데백화점 온라인 쇼핑몰 '엘롯데'에서 인공지능(AI) 기반 AI 쇼핑 어드바이저인 '샬롯(Chalotte)'과 직접 나눈 대화다. 샬롯의 입력창에 찾고 있는 상품의 종류와 특징을 적어 넣자, 샬롯이 그에 맞는 제품을 추천했다. 색상 등 더 구체적으로 기자의 기호에 대해서도 물었다. 완벽하진 않지만, 온라인 쇼핑몰에서 직접 쇼핑 카테고리를 찾아가는 것과 비교해 쇼핑을 훨씬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유통업은 인공지능이 실생활에서 가장 먼저 구현되는 현장이다. 인공지능의 중요한 원천인 '빅데이터'가 매일 차곡차곡 쌓이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유통업체인 롯데엔 그렇게 쌓인 정보가 '미래 유통 전쟁'에 나설 강력한 무기인 셈이다.

인공지능 기반 AI 쇼핑 어드바이저 ‘샬롯’과의 채팅창.

롯데백화점은 국내 백화점 업계에서는 최초로 VOC(고객의 소리) 사이트에 올라온 글을 인공지능이 분석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올 12월에 오픈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 VOC는 고객이 쇼핑 중 겪은 경험을 직접 작성해 올리는 글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연간 약 2만건 이상의 글이 처리된다. 롯데백화점은 상품·서비스에 대한 평가부터 건의사항까지 VOC에서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고객의 의견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이를 위해 지난 5월부터 '인공지능 문장 자동 분석' 기술과 비정형(非定型) 데이터 처리 기술을 활용, VOC에 올라오는 내용을 처리하는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고객 글의 핵심과 의도를 자동으로 파악하고, 글에 담긴 여러 의미들을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목적이다.

고객이 쓴 민원성 글은 형식과 내용이 규격화되어 있지 않고, 고객의 성향에 따라 다양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글에 담겨 있는 백화점 운영에 참고해야 할 상품 품질, 인적 서비스, 각종 행사, 편의시설, 기타 제언에 대한 가치 있는 내용을 체계적으로 수집해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대부분 수작업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인적 노력과 시간, 그리고 관리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도 존재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인공지능을 선택했다. 핵심 단어 추출부터 분류, 중요도 계산, 정보 공유에 이르는 전 과정을 인공지능이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작년 하반기부터 국내 비정형 데이터 인공지능 분석 전문업체와 협업해 약 4만건의 고객 글을 대상으로 사전 테스트를 했다. 그 결과 총 4만개 이상의 유의미한 단어(키워드)를 추출하고, 이것을 분석하는 시스템 고유의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새롭게 구축할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고객에게는 최적의 쇼핑 정보를, 직원들에게도 업무에 필요한 사안들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미 '인공지능 쇼핑'의 첫발을 뗀 상태다. 인공지능 쇼핑 어드바이저 '샬롯'을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활용하고 있다. '샬롯'은 롯데그룹의 AI 통합 브랜드다. 롯데는 2016년 한국 IBM과 업무협약을 맺고 이 회사의 인공지능 '왓슨'을 도입했다. 왓슨을 기반으로 만든 '샬롯'으로 온·오프라인 고객의 구매 성향을 분석해내는 기술을 풍부한 상품 데이터와 접목했다. 샬롯은 이제 사람과의 텍스트·음성 대화를 이해하고 답변하며, 이미지로 유사 상품을 찾고, 고객의 온·오프라인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상품을 추천하며, 소셜미디어 검색과 분석을 통해 쇼핑 트렌드를 파악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내년 계열사별 온라인몰을 완전히 통합하면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인공지능을 통해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유통 경험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