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선언 이후 한국의 원전 수출 전선은 어둡다. 정부는 국내에서 탈원전을 추진하는 것과는 달리 해외로 원전을 수출하는 것은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결과는 정부의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섰던 체코 원전 수주는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 지난 4월 체코 신임 산업부 장관은 "원전 사업에서 중국과 러시아 기업을 배제해선 안 된다"고 방침을 밝혔다. 지난해 안보상 이유로 원전 건설 사업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배제해야 한다고 체코 정부의 자문 기구가 밝혔지만, 신임 장관이 다시 방침을 바꾼 것이다. 체코 정부의 방침이 바뀌면서 수주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20억달러(약 25조원) 규모의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우리 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3국 정도가 예비 사업자로 선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7월 한국을 비롯해 미국·중국·러시아·프랑스 등 수주전에 참가한 5국 모두를 예비 사업자로 선정했다. 이르면 올 연말 우선 협상 대상자가 선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전력이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전은 지난 2017년 말 150억파운드(약 22조원) 규모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권을 일본 도시바로부터 인수하는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그 지위를 상실했다. 지난해 11월엔 1000만달러(약 115억원) 규모의 UAE 바라카 원전 장기 서비스 계약(LTSA)을 우리나라가 아닌 프랑스 전력공사(EDF)가 수주했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안전을 이유로 탈원전을 하겠다면서 해외에 수출만 하겠다고 하는데 누가 사가겠느냐"며 "정부가 원전 수출에 나서겠다는 건 탈원전에 따른 국내 원전 업계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제스처에 불과할 뿐 실효성은 전혀 없는 얘기"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