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임시정부와 대한민국|이선민 지음|지식산업사|268쪽|1만5000원

건국절 논쟁이나 김원봉 서훈 논란이 보여주듯 한국 현대사는 첨예한 쟁점이 즐비한 분야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목소리를 높이는 바람에 논의가 복잡하게 꼬이는 적도 많다.

하지만 국사학을 전공한 저자는 서문에서 긴요하지만 자꾸 잊어버리는 덕목을 환기시킨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있었던 그대로의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면 된다."

이 말은 임정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관계를 살핀 이 책을 관통하는 방법론이다. 김원봉 서훈 논란에 대해서도 덮어놓고 주장을 앞세우기보다는 1945년 11~12월 임정 요인들의 환국(還國) 당시 일화를 들려준다. 당시 임정 국무위원 조경한은 임정 좌파 인사였던 김원봉에게 물었다. "소련 배경을 짊어진 김일성이나 국내에 지지 기반을 가진 박헌영이 추대하거나 복종하기는커녕 같은 영수로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숙청·살육을 잘하는 적색(赤色) 근성이 가만둘 리 있겠나?" 훗날 김일성·박헌영과 함께 6·25를 일으키지만 전후(戰後)에 숙청되고 마는 김원봉의 운명을 내다보기라도 한 듯 날카로운 질문이다.

저자는 대한민국과 임정을 단절보다는 연속성이란 관점에서 바라본다. 임정의 최고 이론가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혔던 조소앙 선생을 존경한다는 저자의 고백도 잔잔한 감동을 안긴다.

맺음말에서는 과거 한민당과 임정 세력의 불화와 갈등을 언급한 뒤 자성(自省)의 질문을 던진다. "부끄러운 '분열의 DNA'는 지금 대한민국 우파들에게 그대로 전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