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장관은 20일 오전 11시 국방부 청사 브리핑실에서 북한 주민 4명이 탄 목선이 군·경의 해상 경계망을 뚫고 삼척항으로 귀순한 것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의 경계 작전 실태를 꼼꼼하게 점검해 책임져야 할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문책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전군지휘관회의에서도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하겠다"고 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북한 어선 동해 삼척항 진입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 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정 장관은 260여자 분량의 사과문을 읽고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브리핑실을 떠났다. 다만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군을 지휘하는 국방장관으로서 자신의 책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 군 당국의 설명이 당시 상황과 정확하게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지만 질문도 받지 않았다. 더구나 정 장관의 사과와 달리 군 당국은 경계 실패를 지적하는 언론 보도에 대해 "경계 태세에는 문제가 없다"는 식의 설명을 거듭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 장관이 말하는 군의 책임이 무엇이고 문책 대상이 누구를 말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해경이 사건 발생 당일인 지난 15일 삼척항에 북 목선이 정박했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해 파악한 상황을 합참 지휘통제실과 청와대 국정상황실 등으로 즉각 전파한 상황보고서가 공개됐다. 그러나 그 이후 군 당국은 "삼척항 인근에서 목선을 접수했다"고 하다가 삼척항 정박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서야 "삼척항 방파제 부근 접안"이라고 밝혔다.

이런 사실이 보도돼 논란이 일자 정 장관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 들어가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정 장관은 해경 상황보고서 보고 경위와 군 당국의 언론 브리핑 경위 등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정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회의에 참석한 일부 장관 등에게 사과도 했다고 한다. 한 예비역 장성은 "대통령에게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이라면 국민에게는 왜 설명하지 못하느냐"며 "장관이 직접 나서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하는 자세가 아쉽다"고 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4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입장하자 인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