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신임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는 검찰 내에서 인정받는 수사 전문가라고 한다. 후배들 신망도 높은 편이라고 한다. 과거 국정감사에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소신을 밝힌 적도 있다. 그러나 윤 지검장이 이런 평판 때문에 검찰총장이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윤 지검장은 전 정권 수사 특검팀에서 수사팀장을 맡았다. 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그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진시켜 적폐 수사·재판의 책임을 맡겼다. 현 정권 제1 국정 과제가 바로 이 수사였다. 전직 대통령 두 명과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기소된 사람이 100명을 훨씬 넘었다. 이것을 파다가 안 되면 저것을 파는 별건 수사가 판을 쳤다. 수사 대상자 4명이 자살했을 정도로 무리하고 가혹한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수사 과정에서 무차별적 피의사실 공표와 창피 주기 같은 인권침해가 끊이지 않았다. 수사가 아니라 정치였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이 윤 지검장을 검찰총장으로 승진시킬 것은 예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청와대는 윤 지검장을 지명하면서 "검찰 개혁 과제를 완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속뜻은 전혀 다를 것이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검찰을 정권의 충견(忠犬)으로 부려달라는 주문일 것이다. 대통령 임기 후반기에 검찰이 정권 측에 칼을 들이대는 일을 막으려는 뜻도 담겼을 것이다.

새 검찰총장 인선을 보면서 '검찰 개혁'이 요원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절감한다. 대통령이 인사권을 이용해 검찰을 충견으로 부리는 이상 제도를 어떻게 바꿔도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검찰 개혁의 성패는 결국 대통령과 검찰을 절연(絶緣)시키는 데 있고, 검찰 인사를 어떻게 청와대에서 독립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윤 지검장이 충견 노릇을 계속할지 반대로 법치 수호자로 나설지는 곧 판명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