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부 "될 줄 알았다… 그래도 놀랍다" 반응
고위직부터 최대 100여명 줄줄이 사퇴 가능성도
일각선 "강골 기질로 검찰 독립 지켜주길" 기대도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점심식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17일 차기 검찰총장으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발탁되자 검찰 내부에서는 "크게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결과"라면서도 "예견됐지만 충격은 충격"이라는 반응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현안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다만 "이런식의 불확실성이 큰 인사를 하면 앞으로 조직이 혼란스러워지는 게 아닐지 걱정"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한 현직 검사장은 윤 후보자 지명에 대해 "깜짝 놀란 건 아니다"라며 "(놀라는 것은) 새로운 총장이 지명될 때마다 늘상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앞서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 후보를 4명으로 좁혔을 때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했다. 윤 후보자가 서울중앙지검장이 된 뒤부터 (총장설은) 늘상 나오던 이야기였다"고 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지난주 4명이 추천되고 나서 (이 중 윤 후보자가 될 것이라고) 일선 검사들도 짐작했다"며 "놀랍진 않지만 파격의 연속이어서 조직이 꽤 흔들리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어 "모두들 설마 설마 했는데 현실이 되니 어떨떨하다고들 한다"면서 "기수가 큰 폭으로 내려왔으니 이제 검찰이 어떻게 될 지 걱정"이라고 했다. 윤 후보자가 전임인 문무일 검찰총장보다 다섯 기수 아래이기 때문에 그 사이 기수들이 무더기로 이탈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윤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23기이고, 문 총장은 18기다.

1988년 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이래 전임과 후임간 기수 차이는 통상 1~2기수였고, 다섯 단계 이상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해 검찰총장으로 임명될 경우 40명의 고검장·검사장급 중 윤 후보자와 기수가 같거나 그보다 높은 30명의 고위 간부가 대거 용퇴하는 후폭풍이 발생할 수 있다. 이어 고검장급, 검사장급 기수도 연쇄적으로 낮아질 수 있어 최대 100여명이 줄줄이 나갈 수 있다는 관측이 검찰 내부에서 나온다.

대검 한 간부도 "인사 이동의 폭이 커졌다는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고 했다. 반면 지방의 한 차장검사는 "모두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윗기수 상당수가 옷을 벗으면 승진 적체가 해소돼 내심 반기는 이들도 있다"면서 "개개인으로서는 호불호가 있겠지만, 검찰 조직 전체로 봤을 때 잘된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인사 문제와는 별개로 대부분의 검사들은 앞으로 윤 후보자가 조직의 수장으로서 검찰을 잘 이끌어 주길 바라는 분위기였다. 현재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상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나 공수처(고위 공직자 범죄 수사처) 설치 법안 등 윤 후보자가 총장이 되고 나면 검찰 안팎을 원만히 조율해야 하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윤 후보자의 '강골' 기질에 기대를 거는 구성원들도 적지 않았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아직 수사권 조정 등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 바 없어 잘 모르겠다"면서도 "윤 후보자 스타일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니, 슬기롭게 잘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한 검사는 "윤 후보자는 늘 검사들 사이에서 맏형 역할을 해온 만큼 지금처럼 맡은 일들을 잘 하실거라 믿는다"면서 "무엇보다 검찰이 정치권으로부터 독립하는데 역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검사로 인식돼 왔다"고 했다. 그는 "현 정권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이 근본적으로 독립적인 수사기관으로 거듭나는 일이기 때문에 윤 후보자는 그 방향을 잘 알고 있다고 다들 믿고 있다"고 했다.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윤 후보자는 고집이 세고 올곧은 성품이 가장 큰 장점이기 때문에 검찰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