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컨설팅 전문기업 유디의 고광욱 대표가 11일 여의도 본사에서 네트워크 병원과 치협 사이의 갈등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네트워크 병원. 다른 지역에서 같은 이름을 쓰며 주요 진료기술, 마케팅 등을 공유하는 병원을 통칭하는 말이다. 치과업계에서는 1992년에 설립되어 현재 120여 개 치과가 소속되어있는 유디치과가 대표적인 네트워크 병원이다.

유디치과는 '치료비를 저렴하게 받는다'는 이유로 치과의사 회원 2만여 명을 둔 대한치과협회(이하 치협)와 해묵은 갈등을 빚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반값 임플란트'로 환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전국적으로 확장을 거듭하다가 치과협회로부터 미움을 샀고, 급기야 '반 유디치과법'으로 불리는 개정 의료법 33조 8항 '1인 1개소법'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2011년 대한치과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중 한 명이 '유디치과 척결'을 최대 공약으로 내세워 회장에 당선되면서 치협과 유디치과의 골은 더욱더 깊어졌다.

2013년 치과컨설팅 전문기업 유디에 부임해 6년째 최전방에서 치협과 맞서 싸우고 있는 고광욱 대표를 11일 여의도 유디 본사에서 만났다. 고 대표는 "재래식 치과 의료산업이 4차 산업 시대로 향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라며 "의료 선진화로 한 걸음 나아가는 데 모든 것을 걸겠다"라고 비장하게 말했다.

◇'1인 1개소법' 10여 년 논쟁, 종지부 찍을까

최근 유디치과에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지난달 30일 '1인 1개소법' 위반 의료기관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및 지급 정지가 부당하다는 대법원의 최종심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의료법 33조 8항에는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할 수 없다'라고 명시되어있는데, 이 법이 바로 치과업계 갈등의 핵심인 '1인 1개소법'이다.

1인 1개소법의 시작은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반값 임플란트를 비롯한 저가 진료비 정책이 성공을 거두자 치과계는 우려를 표했고, 이후 치협은 '네트워크 병원은 사무장 병원의 개념이므로 불법이다'라고 강력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당시 양승조 의원이 '의료인의 복수 의료기관 개설 금지'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2011년 말 발의 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기존에 진료 영역을 지키며 동업관계로 운영을 해 오던 수많은 병원과 의료인들은 한 순간에 불법을 저지른 범죄자 취급을 받게 되었다. 네트워크 병원을 운영해 해당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병원은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을 제기 했고 같은 문제로 소송 중이던 유디치과는 보조참가자 신청을 했다.

의사 간 동업은 과거에도 인정되어왔던 부분이며, 설사 의료법을 위반한 것이 맞다 하더라도 정당한 의료인의 진료행위를 부정하며 요양급여를 환수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역시 의료법의 '1인1개소 조항'을 위반한 것은 사실이더라도 공단이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하고 진료비 지급을 보류할 수 있는지 여부는 법 위반과 별개라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상식적인 판결이었습니다. 1, 2심 판결이 대법원 판결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었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동업이나 의사들 간의 협력관계로 이루어진 네트워크 병원이 반(反)사회적이냐 아니냐'에 맞춰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원 역시 반사회적인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요양급여 환수 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본 것이죠. 유디치과가 운영하는 네트워크 병원은 (사무장 병원과 달리) 의료인이 개설하고 정당하게 진료하는 정상적인 의료기관의 형태라는 것을 인정받아 기쁩니다."

◇치협vs유디치과, 그 험난한 임플란트 전쟁사

유디치과의 역사는 2000년대 초반에 시작되었다. 설립자인 김 모 원장은 1992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성신치과를 운영하다 2000년 상호를 유디치과로 바꿨다. 네트워크 병원으로 방향을 튼 유디치과는 점차 세를 확장해 현재 국내에 120여개의 지점을 두고 있다. 유디치과가 이처럼 급성장한 배경에는 가격 경쟁력이 있었다. 유디치과는 각종 기자재의 공동 구매와 공동 마케팅 등으로 비용을 줄여 의료비를 낮출 수 있었고, 당시 치아 1대당 250만~300만 원가량 하던 임플란트 가격을 120만 원 이하로 낮췄다. 유디와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하는 석플란트, 용플란트가 생겨나자 다른 치과들 역시 임플란트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임플란트 가격 인하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유디치과는 동네 치과 원장들의 적이 되었다.

"유디치과가 비약적으로 성장한 2000~2010년은 임플란트가 대중화되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치과업계에서 블루오션으로 여겨온 임플란트가 점차 레드오션이 되어갔죠. 유디치과가 아니었더라도 그렇게 되었을 일인데, 치과 의사들의 피해 의식이 커지면서 그 화살이 유디치과로 향했습니다."

결국, 2012년 치협의 주장으로 1인 1개소법이 개정되었고, 이듬해 고광욱 파주 유디치과의원 대표원장은 유디 대표로 부임했다. 그는 대표가 되고 나서 '상종 못 할 집단' 취급을 받는 등 온갖 수모를 다 겪었다고 말했다. 치과업계는 유난히 좁아 대학, 대학원 동문회의 권력이 막강하다. 유디치과를 열었다가 선후배의 집단 시달림을 견디지 못해 유디 브랜드를 버린 원장들도 부지기수였다. 그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꼈다.

"치과의사들은 권위주의적인 편이죠. 6년 동안 힘들게 공부했기 때문에 남들보다 돈을 많이 벌어야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다가 지금도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전만 못하다는 점에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여깁니다. 또한 이익구조가 동일하고 담합이 이뤄지는 집단이다 보니 정체되어 있어요. 고객들의 만족감을 높이기 위해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데 여전히 '환자가 의사의 은혜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라는 프레임에서 못 벗어나고 있죠."

고광욱 대표는 치협과 다툼에 지쳐 답답한 심정을 담아 지난해에 '임플란트 전쟁'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지역에서 가격을 싸게 하는 병원을 어떻게 집단 왕따 시켜 축출해내는지 등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있다. 고 대표는 "소설에 보면 진료비를 싸게 받았다는 이유로 한 치과의사에게 공개사과까지 종용하는 대목이 나온다. 과장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라고 말한다. 다행히 이 책은 독자들의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책이 출간된 이후 현실판 임플란트 전쟁에 관한 내용이 많이 알려졌습니다. 치협 쪽에서 '유디치과는 소독 안 한 임플란트를 쓴다'와 같은 가짜 뉴스를 유포하면서 한때 '나쁜 병원'이라는 오명을 써야 했지만 지금은 인식이 많이 달라졌죠. 오히려 '치협이 가격 싸게 하는 병원을 괴롭힌다'라고 그간의 사건을 이해하고 공감해주시는 분이 많아졌어요."

'유디치과가 박리다매식 영업 전략을 펼친다'는 치협 측 비판에도 고 원장은 오히려 기존 병원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그는 "치과는 지금도 충분히 마진율이 높은 고부가가치 업종"이라며 "다른 의료비에 비해 치과는 객관적으로 봐도 비싼 것이 맞고 더 싸져야 하며 건강보험 적용이 더 많이 되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4차 산업 시대, 네트워크 치과가 나아가야 할 방향

고광욱 대표는 네트워크 치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한 끝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의료 선진화를 이뤄야 한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원장 1인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해오던 치과에 매뉴얼을 입히고 운영 방침, 경영 관리 등을 도입해 경영의 선진화를 이끌었다면 다음 행보는 의료 선진화라는 얘기다.

"원장 한 명의 손기술에 의존하는 1인 공방식의 자영업으로는 한계가 분명해요. 첨단 의료 방식을 도입해야 합니다. 한데 1인 규모의 병원은 장비나 기술을 도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가령, 저희는 보철물을 3D 기술과 접목시키고 있어요. 3D 스캐너를 입안에 넣어 스캔한 뒤 이를 기공소로 전송, 컴퓨터로 보철물을 출력하죠. 정확도도 높고 규모가 어느 정도 되면 가격도 저렴해져요. 네트워크 치과의 경쟁력은 확실합니다."

고 대표는 의사이기 이전에 서비스업 종사자라는 것을 한시도 잊지 않는다고 말했다.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구매하러 온 고객은 훌륭한 의료기술은 물론 합리적인 가격뿐만 아니라 잘 짜인 병원 시스템의 장점을 누릴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네트워크 병원의 미래는 더욱 유망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는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있는 '1인 1개소법'에 대해서도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치협은 네트워크 병원을 대형마트에 비유합니다. 마트가 들어옴으로 인해 동네 슈퍼가 타격을 받는다고요. 그런데 소비자에게는 마트도 분명히 필요한 존재죠. 그렇다면 '어떻게 마트를 문 닫게 할까'가 아니라 기존 상권과 소비자 이익의 조화를 어떻게 이끌어낼 것이냐를 고민해야 합니다. 네트워크 병원 금지법이 아닌 네트워크 병원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차단할 수 있는, 네트워크 병원의 형태를 새롭게 규정하는 입법이 이루어져야 할 때입니다."

고광욱 대표가 치협과의 다툼을 소설 형식으로 쓴 책 ‘임플란트 전쟁’.

■ 유디치과: 1992년 처음 개원한 유디치과는 진료비 거품이 심한 치과 치료 비용의 부담을 줄이고 환자들이 손쉽게 치과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반값 임플란트' '스케일링 0원' 등 다양한 저수가 정책을 펼쳤다. 저수가를 주장하는 유디치과와 몇몇 네트워크 병원이 성장하자 기존의 치과 진료비를 고수하고자 했던 대한치과의사협회는 본격적으로 유디치과 죽이기에 돌입한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기관지인 치의신보를 통해 '저수가 치과병원 = 불법 덤핑 치과' 라는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 1인 1개소법: 33조 8항의 논란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12년 당시 새 민주연합 양승조 의원의 발의에 따라 의료법 33조 8항의 일부 내용이 개정되면서부터다. 양 의원은 '의료인은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는 기존 조항을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로 고쳤다. 한참 성장세에 있던 네트워크 병원들 역시 엄청난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면서 문을 닫거나 경영방식을 바꾸어야 했다. 대표적으로 '반값 임플란트'를 전면에 내세우며 전국적으로 확장을 해 가던 유디치과는 의료법 개정을 통해 직격탄을 맞았다. 일부 의료인들은 개정된 의료법 33조 8항이 유디치과를 노리고 만들어졌다고 해서 '반 유디치과법'으로 부르기도 한다.
■ 네트워크 병원: 다른 지역에서 같은 이름을 쓰며 주요 진료 기술, 마케팅 등을 공유하는 병원을 통칭하는 말이다. 치과업계에서는 1992년에 설립되어 현재 120여 개 치과가 소속되어있는 유디치과가 대표적인 네트워크 병원이다. 이번 대법원의 최종심 판결로 유디치과가 운영하는 네트워크 병원은 사무장 병원과 달리 의료인이 개설하고 정당하게 진료하는 정상적인 의료기관의 형태라는 것을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