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애국당 조원진 대표가 12일 "현재까지 탈당이 거론된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3명을 제외한 한국당 소속 의원 대여섯명과 (한국당 탈당을 포함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며 "추석 전까지 정의당 의석수(6석)보다 많은 의원 수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친박 의원 탈당을) 논의 중에 있다"고 했다.

대한애국당 조원진 대표(왼쪽)과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

◇조원진 "黃 때문에...친박계 5~6명 탈당 고민"

조 대표는 이날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 통화에서 "(한국당 내 친박계 의원들이) 아직은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황교안 대표에 대한 불신이 상당하다"며 "황 대표 체제의 한국당은 문재인 정권에 맞서 싸우기에 전투력이 한참 밀린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 체제에 불만이 있는 (친박 의원) 대여섯명 정도가 머지 않은 시기에 (탈당) 발표를 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최근 한국당 탈당 후 대한애국당 합류 가능성을 시사한 홍문종 의원 말고도 대한애국당 합류를 논의 중인 친박 의원들이 더 있다는 것이다.

한국당 내에선 조 대표가 거론하는 한국당 내 애국당 합류 가능 의원으로 정태옥·김진태 의원이 거론됐다. 두 사람은 최근 홍 의원, 허원제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함께 대구 팔공산에서 '자유산악회' 산행을 했다. 하지만 정 의원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했고, 김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홍 의원이 (탈당 문제는) 좀 더 신중히 결정했으면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홍 의원과 조 대표가 친박신당설을 띄우고 나오면서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말이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친박 신당설을 거론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한국당과 태극기 세력의 통합을 이야기하면서 현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을 문제삼고 있기 때문이다.

홍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황 대표가 보수 우익 중심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많은 분이 의심하고 있다"며 "황 대표가 애매모호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오죽하면 '황세모(△)'라는 얘길 하겠나"라고 했다. 김 의원도 이날 간담회에서 "우파 사이에서 ‘황 대표가 사과를 너무 자주한다’는 우려가 많다"며 "(최근 막말 논란이 불거졌는데) 정치는 어차피 말싸움이고 좌파와 싸우려면 온 몸을 던져도 모자랄 판인데 이렇게 걱정하면서 싸움이 되겠느냐"고 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박근혜 정권 때 새누리당 주류를 형성했던 일부 강성 친박계 의원들은 탄핵 사태나 5·18 막말 논란에 대해 황 대표가 취한 입장에 불만을 갖고 있다"며 "이런 불만이 최근 탈당설로 불거지는 것 같다"고 했다. 황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을 출당(黜黨)시킨 전임 홍준표 전 대표처럼 친박계와 완전히 선을 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친박계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생각도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친황 의원들 "물갈이 대상 진박들의 黃 흔들기"

한국당 내 일각에선 이들이 내년 총선 공천과 관련해 보수 진영 내 지분 싸움을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최근 한국당에선 내년 총선 때 현역 의원을 대폭 물갈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황 대표가 임명한 신상진 당 신정치특별위원장이 대표적이다. 신 위원장은 "현역 물갈이론이 친박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고 했지만, 지난 정부 때 당 운영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물갈이 대상에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게 당내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들어서고 있다.

친박 신당설은 한국당의 지난 2·27 전당대회를 앞두고도 불거졌다. 당시 전당대회를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방송에 나와 "황은 친박이 아니다"고 하면서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결국 황 대표가 주도할 내년 총선 공천 때 배제 1순위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큰 '진박(眞朴)' 의원들이 친박 신당설을 매개로 황 대표 흔들기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친박 탈당이 실현될지, 또 그 규모가 어느 정도 될지를 놓고는 실제 탈당이 이뤄지더라도 그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 친박계 의원은 "홍문종 의원과 조원진 대표가 여러 친박 의원을 접촉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대부분의 의원이 탈당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홍 의원 등 소수의 의원이 탈당해 대한애국당과 결합한 뒤, 내년 총선 국면에서 한국당과 연대·통합을 시도하는 흐름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황 대표의 측근 의원은 "황 대표로선 일부 진박 의원들이 자진 탈당해주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취임 100일을 넘긴 황 대표의 당내 리더십이 처음으로 도전을 맞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일부 비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강행 사태 이후 국회 공전이 장기화하자 황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장제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엄중한 국민의 질타 속에서도 한국당에는 소위 ‘투 톱(황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정치’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비판하면서 정작 우리는 ‘제왕적 당대표제’ ‘제왕적 원내대표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당 내 이런 흐름은 황 대표의 독자적인 당내 세력 기반이 약하기 때문이란 말도 나온다. 한국당의 중진 의원은 "황 대표가 과반 득표율로 당권을 잡긴 했지만 친이·친박은 애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천을 받아 정치를 해온 세력"이라며 "정치 신인인 황 대표로선 자기 세력 구축이 과제가 될 것이고 그 첫 무대는 내년 총선이 될 것"이라고 했다. 황 대표가 인재영입에 당력을 쏟고 있는 것도 독자 세력 구축 작업의 하나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