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말고 커피

데이브 에거스 지음|강동혁 옮김
문학동네
|432쪽|1만5000원

2016년 미국의 커피 전문점 '블루보틀'은 한 잔에 16달러(약 1만9000원)짜리 커피를 내놓아 화제를 일으켰다. 이름은 '모카의 항구'. 커피 무역업자인 목타르 알칸샤리가 내전이 한창인 예멘에서 공수해 온 커피로 블루보틀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샌프란시스코의 빈민가에서 자라난 예멘계 미국인 목타르가 성공한 커피 수입상이 되기까지의 여정이 한 편의 소설처럼 그려졌다.

임시직을 전전하던 빈민가 청년 목타르는 어느 날 마시는 커피를 세계 최초로 발명한 나라가 예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커피 무역의 주도권은 에티오피아에 뺏기고 지금 예멘에 남은 것은 내전과 테러뿐. 커피콩의 품질은 나날이 떨어졌다. 목타르는 "예멘 커피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예멘의 커피 생산지 투어를 시작한다.

커피 무역업자 목타르 알칸샤리.

품질 좋은 커피콩을 구하기 위해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못지않은 목타르의 모험이 펼쳐진다. 설사병과 말라리아에 시달리는 것은 기본. 무장 괴한들이 점령한 검문소를 지나고, 폭탄 떨어지는 소리에 일어나 치솟는 불기둥 사이로 대피한다. 블루보틀 창업자들은 목숨을 건 목타르의 커피에 대해 "천사가 노래하는 듯한 맛" "이 한 잔에 담긴 이야기와 같은 맛"이라고 평한다.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가 목타르를 3년간 수백 시간에 걸쳐 인터뷰해 만든 논픽션. 가난한 청년이 열정과 노력만으로 성공하는 신화는 지겨울 때도 됐는데 여전히 매력적이다. 예멘의 커피 농부들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길 바라는 그의 꿈 때문일 것이다. 목타르는 사라진 줄 알았던 '아메리칸 드림'을 다시 한 번 믿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