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6일 현충일 추모식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힌 '추모의 벽' 사업은 보훈처가 2017년 전(前) 정권 추진 사업이라는 이유로 내부 감사를 벌인 뒤 보류시켰던 것으로 7일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박승춘 전 보훈처장 시절에 2017~2019년 '추모의 벽'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예산까지 짜놨었다"며 "하지만 2017년 정권이 바뀌면서 사업이 보류되고 담당자들은 내부 감사까지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추모의 벽'은 미 워싱턴DC의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 둘레 50m, 높이 2.2m의 유리벽을 설치하고 미군 전사자의 이름을 3D레이저로 새겨넣는 사업이다. 미 의회에서는 이미 지난 2016년 이를 허가하는 관련법이 통과됐고, 보훈처는 2017년 10억원 등 총 50억원의 사업 예산까지 책정했다. 하지만 정부 예산 외에 별도로 110억원의 기증을 약속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적폐'로 몰리면서 제대로 사업이 진행되지 못했다. 이어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측의 비판이 나오면서 사업이 사실상 좌초됐다. 정부 관계자는 "추모의 벽은 박 전 처장과 전 정권의 '적폐사업'이라는 낙인이 찍혔었다"며 "감사까지 벌였지만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아 징계는 없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보훈처 측은 "기념사업법 착공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정부의 지원을 연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모의 벽 사업은 청와대가 다시 관심을 가지면서 부활했다. 문 대통령은 작년 6월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해 추모의 벽 건립 의사를 밝혔다. 이후 보훈처는 미국에 실사를 다녀왔고, 2020~2022년 사이에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추모의 벽 사업비 조성도 문제다. 추모의 벽 사업엔 2500만달러(약 270억원)가 들 것으로 추정된다. 전 정부 때는 사업비 상당 부분을 민간 모금으로 조성하려 했다. 대한민국 재향군인회가 작년부터 자체 모금을 추진했지만, 5억6000만원에 그쳤다. 미 기념사업법에 따르면 추모의 벽은 전체 사업비의 85% 이상의 기금이 조성돼야 착공 허가가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건립 비용을 정부 재정으로 책임지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