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39)씨는 최근 들어 자꾸 몸이 붓고 숨이 차 병원을 찾았다. 의사가 검사를 해보더니 "만성 신장병이 악화돼 앞으로 혈액 투석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평소에 혈압이 높다는 것을 알면서도 '젊으니까 괜찮겠지'하는 마음에 식단 조절을 철저하게 하지 않은 탓이 컸다. 의사는 "만성 신장병이 이렇게 심해지기 전에 치료를 잘 받았으면 투석을 시작하는 시기라도 늦출 수 있었을 텐데…"라고 했다.

고혈압과 당뇨병이 늘어나면서 만성 신장병 환자와 이로 인해 혈액 투석을 해야 하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건강보험에서 단일 치료 행위 중 가장 많은 돈이 나간 항목이 혈액 투석(6290억원)이라고 최근 국회 김순례 의원에게 보고했다. 이와 별도로 혈액 투석 재료와 약제 비용으로도 2586억원이 들어갔다. 혈액 투석 관련 다른 건보 지출을 제외하더라도 이 두 항목에만 총 8876억원이 들어간 것이다.

고혈압과 당뇨는 혈관 내 압력을 높여 혈관이 망가지게 한다. 이 두 질환이 있으면 미세한 혈관들의 '덩어리'인 신장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신장은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내 소변으로 배출되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데, 만성 신장병이 심해져 신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 단계가 되면 혈액을 몸 밖으로 뽑아내 노폐물을 거른 뒤 다시 넣어주는 혈액 투석을 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10년부터 작년까지 고혈압 환자 수는 510만명에서 628만명으로, 당뇨병 환자 수는 201만명에서 303만명으로 늘어났다고 집계했다. 이에 따라 현재 혈액 투석을 받고 있거나 앞으로 받을 가능성이 있는 만성 신장병 환자도 2010년 9만6297명에서 지난해 22만6877명으로 2.4배가 됐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이 중 혈액 투석을 받는 환자는 2010년 3만9509명에서 2017년 7만3059명으로 7년 만에 거의 두 배가 됐다.

박정탁 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젊은 사람 중에는 건강검진에서 '신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와도 병원에 안 오다가 혈액 투석이 필요한 단계가 돼서야 오는 이가 꽤 있다"며 "병을 묵히지 말고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