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난 '버닝썬 사건' 수사가 경찰 내분 사태로 비화하고 있다. 현직 경찰관이 검찰에 '버닝썬 수사 과정에 대한 내사를 상관들이 가로막았다'며 경찰 간부 2명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를 진정했다. 경찰이 검사들의 고발로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전·현직 검찰 간부들을 수사하던 상황에서, 이번에는 거꾸로 경찰 간부들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것이다.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강남경찰서 소속 엄모 경위는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과 강남경찰서장이 직권을 남용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지난달 말 검찰에 제출했다. 엄 경위는 강남 클럽 탈세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 3월 지능범죄수사대(지수대)에 파견됐고, 서울청 광역수사대(광수대) 소속 A 경위와 강남경찰서 B 경사에 대해 클럽 측으로부터 돈을 받고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무마해준 혐의를 적용해 검찰로 넘겼던 인물이다.

엄 경위 진정서를 요약하면 '버닝썬 수사가 실패한 원인은 광수대 A 경위가 가져온 가짜 정보를 바탕으로 초동 수사가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며, 그 과정을 내사하려 하자 간부들이 본인(엄 경위)을 비(非)수사 부서로 발령냈다'는 것이다. 경찰은 즉각 반박했다. 지수대는 6일 "제보자나 구체적 (첩보) 근거를 밝히고 정식 절차를 거쳐 첩보를 낼 것을 요청했지만 엄 경위가 반드시 본인만이 내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거부했다"고 밝혔다. 엄 경위 인사 조치에 대해서는 "본래 파견 목적에 맞지 않는 수사를 원해 돌려보냈고 강남서장이 수사 부서 발령을 검토했지만 담당 팀장들이 받지 않으려 했다"고 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엄 경위의 진정에 대한 검찰의 수사 착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경찰은 검찰 고위 간부 관련 사건 2건을 수사하고 있다. 앞서 임은정 충주지청 부장검사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전·현직 검찰 간부 4명을 직무유기로 경찰에 고발했고, 검찰 간부에게 성추행당했다고 폭로한 서지현 검사도 직무유기와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 간부 3명을 고소했다. 이 사건들과 관련,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달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간부들을) 원칙대로 수사할 것이고 (수사가) 안 되는 것들은 여러 강제 수사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로부터 10여일 만에 이번에는 경찰이 조직 내 고위 간부를 검찰에 직접 내부 고발한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대결 국면에서 이번 진정 사건을 활용하려 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