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김세연 의원이 5일 라디오에 출연해 "내년 총선에서 황교안 대표가 종로에 출마하는 것이 정공법"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총선 전략을 담당하는 여연원장이 '당 대표 차출론'을 공개적으로 거론하자 한국당은 술렁거렸다. 김 의원은 이날 "관찰자 입장에서 볼 때 황 대표가 (총선을) 진두지휘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결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정치 1번지'로 꼽히는 서울 종로는 국회의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의 지역구지만 여권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한국당에선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황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상징적 인물과 맞붙어 내년 총선을 '정권 심판' 구도로 끌고 가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한 의원은 "황 대표가 최전선인 종로에서 정권 심판의 깃발을 흔들어야 한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왼쪽) 대표가 5일 국회 의원동산 앞에서 가진 토크 콘서트 행사에 참석해 핫도그 푸드트럭서 만든 음식을 나눠주고 있다.

하지만 황 대표가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 전국 지원 유세에 전념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새정치국민회의 총재 시절인 1996년 비례대표 14번으로 총선을 지휘했던 사례가 거론되기도 한다. 당시 새정치국민회의는 김 전 대통령 바로 앞 번호인 비례 13번까지 원내에 입성했지만 김 전 대통령은 이듬해 대선에서 이겼다. 한 중진 의원은 "황 대표가 20번대 비례대표 순번으로 배수진을 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황 대표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에선 어떤 준비도 없다. 여러 말이 있지만 움직임이 없다"며 "저도 마찬가지다. 저의 입장이 아니라 당의 입장에서 고민하겠다"고 했다. 황 대표의 한 측근은 "꼭 서울 종로가 아니더라도 이낙연 총리처럼 여당의 대선 주자급이 나오는 지역구에 황 대표를 맞붙이는 카드를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김세연 의원의 '황교안 차출론'을 계기로 당내에선 총선 관련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그중 하나가 "인지도 높은 중진들을 서울·수도권 험지(險地)에 내보내자"는 것이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김무성 의원 등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뿐 아니라 홍준표 전 대표,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김용태 의원까지 동원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식상한 인물군에서 벗어나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황 대표는 최근 2000명 가까운 외부 인재를 추천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 당직자는 "20~30대를 겨냥한 인재 영입 활동은 물밑에서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황 대표는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이날 국회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여의도연구원은 최근 당 색깔인 짙은 빨강 대신 젊은 층이 선호하는 밀레니얼 핑크색 명함을 쓰고 있다.

한편, 이날 한국당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신상진 의원이 '막말' 문제를 일으킨 사람에게 공천 심사 시 불이익을 주겠다고 해 논란이 됐다. 신 의원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막말 문제가 불거지면 100번 잘한 것도 한 번에 다 날아간다"면서 "막말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당의 지지를 깎아 먹는 경우, 대상자를 공천 부적격자로 지정하는 내용을 공천 룰에 넣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자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야당은 입이 무기인데 야당 대표가 풀어야 할 입까지 틀어막고 있으니 선거 결과가 걱정된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