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국영 목장들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걸린 돼지들을 소시지 공장에 헐값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4일 북한 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가 사실일 경우 ASF 확산이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평안남도의 소식통은 RFA에 "평성시장과 순천시장에서 판매되는 돼지고기 햄과 소시지의 낱개 가격이 개당 6000원에서 4000원 이하로 폭락했다"며 "국영 목장들이 전염병에 감염된 돼지들을 소시지를 생산하는 외화벌이 회사들에 싸게 넘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개인업자들은 전염병으로 죽은 돼지고기를 헐값에 사들이고 '섭씨 100도 이상으로 익히고 가공한 소시지나 햄은 건강한 사람이 먹어도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소시지를 시장에 넘기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다른 소식통 역시 "장마당 상인들은 위생방역소가 발급한 돼지고기 검역증을 돈으로 사들인 다음 전염병으로 죽은 돼지고기에 붙여서 버젓이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ASF에 걸린 돼지들에 대한 매몰 조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버젓이 유통까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사실일 경우 대단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ASF의 경우 바이러스의 생존력이 매우 강하다. 이 때문에 감염된 돼지를 소시지로 만들거나 이 소시지가 다른 돼지의 사료로 이용되는 과정에서 ASF가 추가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출신 축산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위원은 "보도 내용의 진위는 알 수 없지만, 사실이라면 최악의 대응"이라며 "ASF 바이러스는 냉동 상태에선 수년~수십년간 생존할 수 있다. 게다가 북한의 경우 돼지 먹이로 잔반을 주는 게 보편화돼 있어 급속히 확산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북한은 남측의 방역 협력 제안에 대해서 나흘째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5월 31일 협력 의사를) 공식 제안한 후 북측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며 "(협력 방안은)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은 ASF 바이러스에 감염되진 않지만, 매개체가 될 수 있어 북한과의 각종 교류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