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4일 '김학의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시작은 성폭행이라더니 윤중천씨로부터 뇌물과 성 접대를 받은 혐의로 바뀌었다. 전 정권 청와대의 수사 방해 외압 증거는 없고, 다른 검찰 관계자들이 윤씨의 뒤를 봐줬다는 것 역시 수사할 만한 단서가 전혀 없다고 했다. 50여명의 검사와 수사관이 두 달 넘는 기간 동안 100명 가까운 관련자들을 조사하고 여러 차례 압수 수색도 했지만 사실상 김 전 차관의 개인 비리 혐의 외에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법무부 과거사위가 검찰에 넘기며 발표한 주요 내용 상당 부분이 사실무근이라는 것이다.

과거사위가 "전 정권 민정수석실의 경찰 질책과 수사 외압이 있었다고 전해들었다"고 진술했다고 발표한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에 "과거사위에서 그런 취지로 진술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경찰 누구도 '청와대 압력을 받았다'고 한 사람은 없다고 한다. 과거사위가 '윤중천 리스트로 불러도 무방한 유착 의심 정황이 다분하다'고 지목한 전직 검찰총장은 윤씨 휴대전화에 전화번호가 입력돼 있지도 않고 통화한 적도 없었다고 한다. 전직 고검장의 경우에도 전화번호, 통화 내역이 나오지 않았다. 검찰이 사실무근이라고 했지만 과거사위의 발표와 보도로 이들과 그 가족의 인격은 무참히 짓밟혔다. 말 그대로 폭력이고 명백한 인권침해다. 누가 이럴 권한을 줬나.

과거사위는 수사 권고 당시부터 자신들 입맛대로 조사 결과를 왜곡하거나, 막연한 의심이나 추측에 불과한 사안들을 당사자 실명(實名)과 함께 마치 사실인 양 공개해 명예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학의 사건 진상조사에 참여한 변호사가 "(보고서가) 난도질당하고 있다. 이건 폭력"이라고 폭로하기도 했다.

법무부 과거사위는 위원 9명 가운데 위원장을 포함해 민변 출신이 5명이나 됐다. 조사 대상 사건 선정 역시 전(前) 정권과 비판 언론을 욕보이려는 의도가 뻔히 보였다. 실제 사실로 확정되지도 않은 내용이 정권 측 언론에 브리핑 되듯이 보도됐다. 이로인해 지목된 당사자들이 회복하기 힘든 고통을 겪었다. "과거사위 조사 기한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는 법무부 발표가 대통령의 지시 한마디에 번복되는 일도 있었다. 형식적 소속만 법무부였고 실제 소속은 청와대였다.

지금 검찰에는 그간 벌어진 과거사위의 명예훼손과 인격 살인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고소·고발이 여러 건 들어가 있다. 과거사위 조사 대상이 된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일부 검사들까지 고소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검찰이 수사할 수밖에 없게 됐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진실을 밝혀 당사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언젠가 과거사위의 잘못을 규명할 또 다른 과거사위가 등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