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33명이 탑승한 ‘허블레아니’호가 침몰해 7명이 숨지고 19명이 실종된 지 닷새째인 2일(현지 시각)까지 실종자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사고 전부터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일대에 쏟아진 비로 유속이 빠르고 수위가 높은 데다, 강 내부 시계(視界)도 좋지 않아 수색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공동 수색에 나선 한국·헝가리 당국은 수색 범위를 50km까지 넓혔고, 500km 넘게 떨어진 강 하류 루마니아의 댐에서도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1일(현지 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헝가리 양국이 실종자 수색작업을 펼치고 있다.

신속대응팀 소속으로 현지로 급파된 해군 해난구조대(SSU), 소방청 국제구조대, 해경 잠수사 등은 지난 1일부터 헝가리 당국과 본격적으로 공동 수색에 나섰다. 이날 오전 9시부터 한국 측 소방 6명·해경 3명·해군 3명과 헝가리 경찰청 소속 4명이 보트 4대에 4명씩 나눠 타 수상수색을 실시했다.

헝가리 당국은 지난달 31일 잠수부를 투입해 선체 내부 수색을 시도하려 했으나 비로 불어난 다뉴브 강 수위와 빠른 물살, 흙탕물로 인한 탁한 시야 등 환경이 여의치 않아 수중 수색을 보류했다.

2일도 헬기와 고속단정 등을 이용해 수상 수색을 펼친다. 강을 따라 하류로 내려가면서, 실종자 시신이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이다. 잠수 요원을 투입하는 수중 수색은 중단된 상태다. 지난달 31일 두 차례 잠수부를 투입해 선체 진입을 시도했지만, 빠른 유속 등으로 잠수부가 크게 다칠뻔한 상황이었다고 정부 합동신속대응팀이 전했다. 전날 시도한 수중 드론 투입도 물살이 거세 실패했다.

신속대응팀 현장 지휘관인 송순근 육군대령은 "(세월호 침몰 현장인) 진주 맹골수도보다 이곳 유속이 더 빠르다"며 "비가 많이 내려 (흙탕물 때문에) 시계도 거의 제로에 가깝다. 당시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신속대응팀에 따르면 사고 지점 유속은 시속 5∼6㎞에 달한다. 수심은 8.1~9.3m로 평상시보다 2~3배 높다.

현지에서 이날 귀국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선체 주변에 유실을 방지하기 위한 망을 설치하는 게 좋겠다고 처음부터 건의했는데 잠수부가 내려갈 상황이 아니라고 한다"며 "물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잠수부가 물 아래로 내려가서 활동할 수 있는 안정된 여건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수면 위에서 배와 헬기로 계속 수색작업을 하면서 그 범위를 넓혀나가고 있다"고 했다.

신속대응팀은 전날 사고 지점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부터 하류 50㎞ 지점까지 수색 범위를 넓혔지만, 실종자나 유실물을 발견하지 못했다. 송 대령은 "사고 이후 시간이 경과해, 유속을 고려하면 사고 현장에서 500~600㎞ 아래까지 (실종자가) 이동했을 수 있다"며 "세르비아-루마니아 국경 지역 ‘아이언 게이트(Iron Gate·철문) 댐이 현장에서 대략 520㎞ 정도 돼 세르비아 측에 협조를 요청해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세르비아·크로아티아·루마니아·우크라이나 등 다뉴브강 하류 인접 국가에 실종자 수색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외교부는 다뉴브강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아이언 게이트 댐에서 시신이 발견된 사례가 많았던 점을 고려해, 특히 루마니아에 집중 수색을 당부했다.

강 장관은 "다뉴브강 하류로 흘러가는 많은 물체가 세르비아와 루마니아 국경에서 잡히는 경우가 있어서 댐에 있는 인력들이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1일(현지 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헝가리 양국이 실종자 수색작업을 펼치고 있다.

양국 수색팀은 강물의 수위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3일 수중수색을 다시 시도할 예정이다. 수색팀은 이날 오전 다뉴브강 수심과 유속을 확인한 후 회의를 거쳐 잠수 요원 투입이 가능할지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한편, 현지 유람선 업체들로 구성된 ‘크루즈 얼라이언스’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허블레아니호를 들이받은 ‘바이킹 시긴’호는 사고 당시 허블레아니호와 추돌 후 후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바이킹 시긴호는 그간 추돌 직후 그대로 직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영상을 볼 때 크루즈 선장과 승무원 측이 사고를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